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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3.09 17:38 수정 : 2006.03.09 17:38

왜냐면

이제부터라도 생태계를 존중하고 우리의 삶터인 국토를 아끼고 보호하는 통일정책을 세우고 추진해야 한다.

요즘 경기 파주 장단반도의 독수리들은 큰 어려움에 처했다. 먼나라 몽골에서 해마다 1000여 마리씩 날아와 이곳에서 겨울을 나는 독수리들은 그간 한국조류보호협회 등의 보호로 비교적 안전한 삶을 누려왔다. 1990년대에 비하면 개체수도 많이 늘어 장단반도는 세계에서 가장 큰 독수리 월동지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러나 사정이 달라질 위험성이 높다. 장단반도의 독수리 보호구역 위로 개성공단에 필요한 전력을 보낼 송전선이 설치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개성공단 전력공급을 위해 문산변전소~임진강~장단반도~비무장지대(DMZ)~개성공단을 잇는 16km 길이의 고압송전선(15만4000볼트)을 올해 중 설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간에는 전선이 전혀 없는 넓은 벌판을 끼고 있어서 최적의 독수리 월동지로 평가받던 곳이 독수리를 위협하는 곳이 될 지경이다. 이곳에 송전선로가 들어서면 독수리들은 감전돼 죽을 위험이 높다. 독수리는 그 크기가 1m에 날개를 펼치면 좌우 길이가 3m나 되기 때문에 날아다니다가 전깃줄에 날개가 닿아 감전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겨울에도 파주시에서 독수리 18마리가 전선에 감전돼 떼죽음을 당하기도 했다.

천연기념물 243호인 독수리는 세계에 6000마리밖에 남지 않은 겨울철 민통선 지역의 진객이다. 몽골 조류학자들 말로는 번식지인 몽골에서는 장단반도에서처럼 독수리들이 수백 마리씩 모여 있는 장관을 볼 수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흑두루미를 잘 대접해서 세계적인 생태관광지로 발전시킨 일본의 이즈미시와 차별화할 수 있는 엄청난 생태 자원을 파주시는 갖고 있는 것이다. 하물며 겨레의 미래를 열자고 남북협력 사업을 한다면서 이 진객들의 삶터를 망친다면 그것이 축복받는 사업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간 우리는 50년 가까이 경제개발을 한다면서 우리의 삶터를 마구 망가뜨리기만 했다. 통일한국은 그렇게 하지 말자는 뜻에서 “비무장지대를 손 하나 대지 말고, 심지어 지뢰조차 묻어둔 채 그대로 두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에서도 이에 뒤질세라 비무장지대 보호를 내건 학술회의는 꽤 많이 후원하면서도 정작 실제로 일을 할 때는 그간의 개발 행태에서 전혀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남북 연결 철도나 금강산 연결 도로 등은 비무장지대 생태를 보호해야 한다는 수많은 외침을 무시하고 각종 개발사업 행태와 하나도 다를 바 없이 진행되었다.

북으로 가는 송전선로는 땅에 묻어야 한다. 독수리 보호구역과 비무장지대를 통과하는 송전선로만이라도 ‘지중선로’로 설치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생태계를 존중하고 우리의 삶터인 국토를 아끼고 보호하는 통일정책을 세우고 추진해야 한다. 곧 몽골로 돌아갈 독수리들이 올 늦가을에도 편안한 마음으로 민통선 지역에 많이 날아 왔으면 좋겠다.

이승기/(사)한국녹색회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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