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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3.02 22:00 수정 : 2006.03.02 22:00

왜냐면

지금도 군대에서는 사실상 3개의 종교만이 허용되는 셈이다. 종교의 자유는 인권 중에서도 국가권력이 무조건 허용해야 하는 절대적 자유다.

예전에는 미처 문제라고도 여기기 않았던 것들을 생각하게 되는 요즈음이다. 원체 인권과는 거리가 먼 사회질서와 문화 속에서 살다 보니 그러했을 것이다. 아직도 군에 입대하는 꿈을 꾸다가 깨어난다는 어느 선배의 얘기처럼 한국의 성인 남성들에게 군대는 좋은 기억보다는 끔찍한 기억으로 남아 있게 마련이다. 그때 군대에서 어쩌다 가끔은 내무반 고참들의 등쌀을 피해서 교회를 갔던 기억이 난다. 빵이랑 먹을 것을 주는 것도 좋았지만, 설교 내내 잠을 잘 수 있다든지 하는 병영을 벗어난 일종의 제한된 자유를 누릴 수 있어서였을 것이다.

나 같은 ‘나이롱’ 신도들이야 문제될 것이 없지만, 교회·성당·절에 가지 못하는 다른 종교를 믿는 사병들은 어떠했을까 하는 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최근에야 원불교에서 군대 내 종교의 자유를 주창하게 되면서 군대에는 3개의 ‘잘나가는’ 종교밖에 허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애초 군대 내에 군종이 허가되지 않다가 한국전쟁 중인 1951년 12월21일 미국 극동군 사령부의 강력한 요청으로 이승만 대통령이 지시해 비로소 기독교와 가톨릭이 허용되었다. 불교는 월남전 파병을 계기로 군종을 인정받았다. 원불교는 1966년부터 청원을 하였지만 2002년에야 병역법 등의 개정으로 군대 내 포교의 자유가 인정되기에 이르렀다. 그렇지만 원불교의 군종은 아직 인정되지 못한 상태다. 지금도 군대에서는 사실상 3개의 종교만이 허용되는 셈이다.

종교의 자유는 인권 중에서도 국가권력이 무조건 허용해야 하는 절대적 자유에 해당한다. 종교의 자유에는 신앙의 자유, 종교적 집회·결사의 자유, 선교와 포교의 자유를 비롯해서 무신앙의 자유, 개종의 자유, 종교행사나 선교활동 등을 제약받지 않을 자유 등이 포함된다. 이런 종교의 자유는 국제인권조약에서 사상과 양심의 자유와 함께 인정하고 있고, 우리 헌법에서도 당연하게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군대는 신도 수도 얼마 되지 않는 소수 종교의 자유까지 다 보장할 수는 없다는 논리를 앞세우고 있으나, 군이 헌법의 테두리 내에서 존재하는 집단인 한 이런 이유는 핑계일 뿐이다. 만약 계속 이들 소수 종교들에 대한 종교의 자유를 불허한다면, 군 자체가 위헌 집단임을 자처하고 위헌행위를 계속하는 꼴이 된다.

하지만 국방부의 이런 핑계 이면에는 군을 포교를 위한 절대적으로 유리한 장으로 보는 보수 기독교 집단의 기득권 논리가 있음도 여러 군데에서 확인된다. 군종의 진입을 다른 종교에 허용하면 그만큼 장병들의 종교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그렇게 되면 포교의 자유에 대한 과점이 풀리게 되며, 그에 따라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셈법으로 다른 종교를 배제하려는 태도는 종교인의 진정한 모습일 수 없다. 군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 3개 종단만으로 한정된 군종장교 임용의 제한을 풀어 차별을 시정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병들의 신앙권 보장을 위해서 장병들의 종교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고 자신의 신앙을 유지하기 위해서 모든 종교와 종단의 종교 활동이 가능하도록 조처하는 일이다.

특정 종교만이 군에서 종교 활동을 할 수 있다면 이는 국방부가 그들 종교들에만 특권을 허용하는 꼴이다. 국방부가 어떤 특권계급이나 질서도 부인하는 헌법 정신을 위배하는 집단이라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소수 종교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이 가능하도록 할 수는 없을까.

박래군/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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