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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3.02 21:58 수정 : 2006.03.02 21:58

왜냐면 - 반론 ‘지방의원 유급제는 자치제 훼손’을 읽고

월 200만원 안팎의 수당을 받고도 지방의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 인물은 대부분이 이른바 지역유지라고 할 수 있는 지역토호 세력들이다. 상대적으로 전문직이라고 볼 수 있는 사무직 출신들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오는 5월31일 지방선거에서 선출되는 지방의원들부터는 의원직 수행에 대한 대가로 보수를 받게 된다. 그 동안은 지방의원직이 이른바 무보수 명예직으로 운용됐으나, 보수를 지급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여론에 따라 유급제를 실시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그 동안 있었던 지방의원들의 자질 시비로 인해 유급제 자체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을 보이는 분이 적지 않다. 특히, 지난달 11일치 이 면에 실린 ‘지방의원 유급제는 자치제 훼손한다’라는 글에서 박명섭 교사는 유급제 시행이 오히려 지방자치제를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현실을 무시한 발언이다. 박 교사는 비용, 지방의회의 실태 등을 이유로 들어 유급제를 반대했다. 그리고 유급제 대신 ‘봉사직적 성격’을 강화하는 것이 오히려 자치제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방의회의 현실을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다.

박 교사가 주장한 유급제 반대의 첫 번째 이유는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유급제 반대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재화나 용역을 사용하면 그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는 것은 사회적 상식이다. 따라서 비용이 추가된다는 것 자체가 유급제 반대의 이유일 수는 없다. 오히려 비용이 조금 들더라도 제 역할을 하도록 조건을 만들어주고 그것을 요구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다.

또, 두 번째 반대이유로 유급제가 지방의원으로서의 전문성과 자질을 담보해주지는 않는다는 점을 들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급제보다는 사회봉사직적 성격을 강화하는 게 옳다고 지적했다. 물론 유급제 도입이 곧바로 지방의원의 전문성이나 자질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주장을 자세히 뜯어보면, 역시 편향된 자세로 한쪽 측면만을 무리하게 부각시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지방의원의 경우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월 150만원에서 200만원 안팎의 수당을 지급받고 있다. 이 정도로는 사실 내실 있는 의정활동은커녕 기본적인 생활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 정도의 보수를 받고도 지방의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 인물은 대부분이 이른바 지역유지라고 할 수 있는 지역토호 세력들이다. 이런 사실은 지역의회를 구성하고 있는 지방의원들의 직업이나 나이, 학력 등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2002년 치러진 6·13 지방선거에 출마한 지방의원 후보들의 직업을 분석해보면 대다수가 공무원과 농축산업·상업·건설업 종사자들이다. 상대적으로 전문직이라고 볼 수 있는 사무직 출신들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학력에서, 이런 점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대졸 이상의 고학력자는 광역의원이 51%, 기초의원이 21.9%로 나타나, 기초의회 출마자는 80% 가까이가 고졸 이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연령대도 50~60대가 대다수를 점하고 있다. 서울시의 25개 기초의회 의원의 경우 50~60대가 70.9%에 이른다. 한마디로 50~60대, 고졸 이하, 비전문직 출신들이 지방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상대적으로 개혁적이고 전문성을 갖춘 인재가 지방의회에 진출하고자 하는 동기유발이 안된다는 데 있다. 물론 이것이 젊고 우수한 인재가 기초의회 진출을 외면하는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약간의 수당만을 받고 오로지 봉사만을 위해 지방의원이 되겠다는 고학력 전문직 인재가 드물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유급제를 실시해야 이유는 또 있다. 무보수가 지방의원들에게 명예와 봉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부심의 근거가 되기보다는, 이권에 개입하는 행동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박 교사가 유급제 반대의 세 번째 이유로 지적한 것과 같이, 각종 건설사업이나 인허가 등의 이권에 개입하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것은 “무보수니까 이 정도쯤은 괜찮다”라는 나름의 현실논리가 개입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유급제 하나로 지방의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는 없다. 유급제 자체가 지방자치제를 훼손한다고 볼 수 없는 것처럼, 유급제가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 된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 유급제가 지방자치제에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만을 놓고 생각한다면, 유급제는 개혁적이고 전문적 소양을 갖춘 인물들이 지방의회에 진출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손정규/참여정치실천연대 서울 도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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