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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3.02 21:54 수정 : 2006.03.02 21:54

왜냐면

‘국정 경험을 쌓은 분들’이라는 과거형이 아니라, ‘국정을 책임지고 수행 중이고 앞으로도 상당기간 그러해야 할 분들’이라고 표현해야 할 것이다.

현직 장관들을 5·31 지방선거 출마자로 차출하기 위한 개각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제까지 ‘민주화’니 ‘도덕성’이니 내세우던 이른바 참여정부 안의 사람들도 별반 다를 것 없는 무리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청와대와 여당은 “국정 경험을 쌓은 분들이 선출직에 출마하는 것이 왜 문제가 돼냐”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우선 그 표현부터가 틀렸다. 곧, ‘국정 경험을 쌓은 분들’이라는 과거형이 아니라, ‘국정을 책임지고 수행 중이고 앞으로도 상당기간 국가 행정을 책임지고 수행해야 할 분들’이라고 현재 또는 미래형 수식어로 정확하게 표현해야 할 것이다. 표현에서부터 도둑이 제 발 저려하듯이 말을 에둘러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게 느끼고 있다고 여겨진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애초 당의 시·도지사 후보로 7명의 장관을 지방선거 차출용으로 추천했고, 청와대와의 조율 과정에서 4명 정도로 줄었다고 한다. 심지어는 본인이 내켜하지 않는데 당의 필요에 따라 장관을 ‘차출’하려는 경우도 있고, 임명 때부터 지방선거에 내보낼 목적으로 경력 쌓기용 장관 개념으로 임명한 경우도 있단다. 국가 행정의 총책임자인 장·차관 알기를 이렇게 알고 이런 식으로 일처리를 하는데도 나라꼴이 잘 된다면 그것은 기적이다. 민주화와 평등의 기수라던 참여정부의 실체가 이 정도밖에 안 된다고 생각하니 허탈하다. 당신들에게 희망을 걸고 있었던 나 같은 사람은 스스로의 어리석음과 잘못을 탓해야 하나?

청와대와 집권 여당 내 자칭 진보인사라는 분들에게 묻고 싶다. 허구한날 같은 수준에서 같은 소리와 구호만 되풀이하는 게 이제 지겹지 않은가? 한편에서는 선거용 장관 차출 같은 구태를 계속하면서 말이다. 제발 이제부터라도 ‘진보’하기 위해 노력 좀 해 달라. 단, 진보의 내용은 실질적이고 생산적인 방향이라야 한다. 20여년 전부터 써먹었고, 이제는 녹슬고 공허하게 들리는 추상적 구호만 되풀이하는 건 오히려 진보의 적이다. 정권을 잡은 지 4년차에 들어섰다. 이제 추상적인 구호와 남 탓은 그만 하자. 한때 상당기간 지지하면서 힘을 보태준 적이 있었던 사람으로서 하는 이야기이니 진지하게 들어주기 바란다.

구체적인 현안에서부터 시작하자는 의미에서 제안하고 요구한다. 국가 행정과 장차관 자리를 선거에 대비해서 연습이나 시키는 자리로 경시하는 인식과 태도를 당장 고치라. 한걸음 더 나아가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임기 중의 장차관급 관료들이 선거 출마 때문에 중도에 직무수행을 방기하는 것을 막을 방안을 강구하라. 가령, 임기 중에 출마하려고 현재 책무(장차관, 도지사, 시장, 대학총장 등)를 버리고 나가는 이에게는 엄중히 책임을 묻고, 연금 지급 금지 등 이후의 각종 사회적 활동에 불이익을 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여야 한다고 본다.

박인성/중국 저장대학 토지관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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