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반론 - 21일치 ‘산재보험 급여 축소가 개혁인가’ 를 읽고
우리나라 산재보험은 개별 제도로는 부분적 완결성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전체 사회보장 시스템의 관점에서는 보완이 필요하다. 최근 노동부가 공개한 산재보험제도 발전위원회 연구 결과에 대해 노동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동안 잠잠하던 산재보험 문제가 노·사·정 간의 뜨거운 감자가 될 조짐을 보여, 그렇지 않아도 양극화 문제로 갈려 있는 계층 분열 현상이 심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쟁점이 되고 있는 산재보험 발전위의 연구에서는 보험급여 체계의 합리화, 재활사업 등 보장성 강화, 보험료율 등 산재보험 재정 건전성 제고 등 여러 과제들에 대하여 광범위한 개선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노동계는 노동자성이 인정되지 못하여 산재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산재보험 사각지대 해소, 저임 근로자에 대한 보장수준 미흡 등 문제에 대한 대안은 제시하지 않으면서 재정적 측면만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적 개혁안으로 평가절하하고 있다. 아직은 전문가의 견해에 불과한 개선 대안에 대하여 노동자에게 불리한 부분만 강조하여 제도 개선 자체를 전면 부정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산재보험은 우리나라 사회보험제도 중 가장 역사가 오래된 제도로서, 급여수준도 국제노동기구(ILO)가 제시하는 다양한 기준을 넘어서고 있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그렇지만 개별 제도로는 부분적 완결성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전체적인 사회보장 시스템의 관점에서는 일관성과 합리성 측면에서 보완이 필요한 실정이다. 더욱이 비정규직·영세자영업자에 대한 재해 보장, 고령 근로자 증가에 따른 사회보험 제도간 역할 조정, 사회 불안정 증대에 따른 근로자의 행태 변화에 대한 대응, 연금 수급자의 증가에 따른 재정의 안정적 조달, 국민소득 증가 등에 따른 복지수요 증가에 대한 부응 등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여건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제도 합리화를 위한 전면적인 산재보험 재구조화 작업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해 한시적으로 운영된 산재보험 발전위는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노동계의 오해를 받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노동계나 경영계 모두 산재보험 개혁의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계에서 요구하는 보장성 확대와 경영계에서 주장하는 효율성 제고는 일견 상충된 주장으로 보이지만 피할 수 없는 글로벌화에 따른 기업 경쟁력 유지와 양극화에 대한 대응이라는 두 가지 과제의 해결을 위해서 함께 필요한 정책방향이다. 이제 새로운 산재보험 시스템의 정비를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는 이러한 논의 과정에서 철저하게 투명성과 공정성을 유지하고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여야 한다. 경영계는 눈에 보이는 비용 절감 노력보다는 총체적 사회유지 비용에 대한 인식 전환이 요구되고, 노동계도 무조건적인 저지 투쟁보다는 합리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노사정 간의 신뢰 회복이다.김용하/산재보험발전위 위원·순천향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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