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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2.27 18:17 수정 : 2006.02.27 18:17

왜냐면

농촌은 ‘자연’에 기대고, 도시는 ‘사람’에 기댄다. 그 둔덕을 조금씩 나눌 때만이 농민이 살아나고, 도시민의 삶에 윤기가 돌게 해줄 수 있다.

정녕 이제 도시와 농촌은 헤어질 때가 된 것일까? 세계무역기구(WTO)와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며 ‘생명주권인 쌀을 지켜내자’고 외치는 농민 시위는 도심에서 흔히 보는 풍경이지만 막상 귀담아듣는 도시민들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농촌을 거치지 않더라도 전세계의 값싼 농산물이 차고 넘치는 세상이다.

하지만 농촌과 도시가 어디 ‘밥’만을 두고 만났던가? 맑은 바람으로, 푸른 들로, 아늑한 고향으로 그렇게 오랫동안 만나 왔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푸른 들녘이야 여전해 보여도 젊은 활력이 빠져나가고, 돈이 돌지 않는 농촌은 마른 삭정이다. 늘 시끄럽고 활기찬 듯 보이지만 자연과 단절되고 메마른 정서 속에 하루하루를 지내는 도시도 까칠하고 황량하기는 마찬가지다. 도-농의 만남이 더욱 절실한 이유다.

농촌과 도시는 삶의 양식이 다르다. 농촌은 ‘자연’에 기대고, 도시는 ‘사람’에 기댄다. 서로 기대고 있는 자연과 사람이란 둔덕을 조금씩 내어주고 나눌 때만이 풀죽은 농민이 살아나고, 도시민의 삶에 윤기가 돌게 해줄 수 있다. 나는 건강하고 지속적인 도시와 농촌의 만남을 위해 전국 곳곳에 쌀학교(임시이름)를 세울 것을 제안한다. 쌀학교는 ‘교육’(생태/정서)과 ‘체험’(가족/학생), ‘휴식’(고령인구)과 ‘도시농업’을 맡는다.

쌀학교는 지역 농민과 도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도-농 교류’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쌀학교에서 진행할 수 있는 사업을 대강 훑어보자.

첫째, 쌀학교는 자연과 생태에 관한 교육의 장이자 체험마당이다. 학생들의 경우 재량휴업일만으로도 한 사람당 연 30일 정도의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 아울러 도시의 고령자·은퇴자들에게는 노후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다. 이들 프로그램을 농촌지역에 있는 대학 등 교육기관과 연계한다면 더욱 전문적인 내용으로 채울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논 1평 갖기 운동을 통해 농촌-도시 교류의 고리 구실을 한다. 가령 쌀학교에 입학하는 사람은 의무적으로 논을 한 평씩 분양(임대)받아야 한다. 농사는 분양한 쌀학교 소속 농민이 짓되, 논에서 수확한 쌀은 분양받은 도시가구로 보내주고, 도시가구는 분양받은 논을 틈나는 대로 둘러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도시농업을 지원한다. 쌀학교 입학생들에게 베란다나 빈터에서 기를 수 있는 씨앗과 무료농사 강의를 제공한다. 쌀학교 소속 지역농민이 농사 강의(쌀학교/전자우편)를 맡고 각 군단위 농업기술센터에서 씨앗과 강의기법 등을 지원하면 된다.

쌀학교는 농민과 도시민이 단순한 생산자와 소비자가 아니라 서로 삶의 주체로 만나는 창조적 프로그램의 산실이 될 것이다.

김시열/경북 예천쌀학교 준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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