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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2.20 19:07 수정 : 2006.02.20 21:22

[왜냐면]

영화배우들이 수입의 일정액을 창작 독립영화 제작자들에게 내놓거나, 최저임금에도 못미치는 연봉의 스태프들에게 되돌려주는 것은 어떨까?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시위로 연일 영화인들이 나서고 있다. 수백만명을 넘어 1천만명 이상을 극장으로 불러들인 유명 감독들과 스타급 영화배우답게 그들의 1인 시위는 여느 시위와 달리 오가는 사람들의 발을 붙잡고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만는다. 모든 언론들은 오늘은 누가 1인 시위의 주인공인지 그 영화배우를 찍고 시위 주변을 스케치하느라 매일같이 지면을 할애한다. 유명 스타들의 1인 시위는 이처럼 파급력이 대단하다.

이들의 주장과 외침의 내용을 살펴보면, ‘영화는 자본주의 상품이기 이전에 국가의 문화 인프라입니다. 영화는 교역의 대상이 아니라, 교류의 대상입니다. 스크린쿼터는 국익을 위한 것입니다. 우리의 문화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습니다’라고 하면서 이 시위가 집단 이기주의의 발로가 아님을 주장한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는 국민의 시선이 반갑지만은 않은 것 같다. 한차례 출연으로 수억원의 출연료를 받는 유명 영화배우들이 나선 일련의 1인 시위가, 그들의 표면적인 구호 이면에 밥그릇 챙기기라는 속내를 숨길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영화노조)이 창립총회를 열고 설립됐다. 평균 연봉 640만원으로 비정규직 평균 연봉 1236만원과 비교하더라도 51.3%에 불과한 이들 영화 스태프는 이마저도 체불과 미지급 경험자가 48%나 된다고 한다. 한국 영화의 전성기 속에서도 늘 소외의 대상이 되었던 영화 스태프들의 현실은 그동안 유명 배우들에 집중된 화려한 조명에 가려 있었다. 한국 영화는 이처럼 단 한편 출연에 수억원을 벌어들이는 대형 영화배우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월급이 아니라 연봉이 수백만원에 지나지 않는 영화인들이 여전히 숱하게 많고, 저예산 독립영화는 상업적인 관심을 받지 못해 극장 간판에 올리지도 못한 채 사라지고 만다.

영화인들의 시위와 지난겨울 농민들의 시위를 비교하면서, 영화인들의 1인 시위가 집단 이기주의와 밥그릇 챙기기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하는 의견을 조용히 들어볼 필요가 있다. 영화배우들이 자기 수입의 일정액을 성큼 떼어, 아이디어는 있어도 예산이 없어 만들지 못하는 창작 독립영화나 예술영화 제작자들에게 내놓거나, 640만원이라는 최저임금에도 한참 못 미치는 연봉으로 고생하는 스태프들에게 되돌려주는 것은 어떨까? 확신하건대, 이런 식으로 영화인들의 행동이 따라온다면 영화인들의 스크린쿼터 지키기에 대한 여론은 지금보다 휠씬 더 따스해질 것이다.

지난해 한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한 배우가 ‘60여명의 스태프가 밥상을 차려놓으면 배우는 밥만 먹으면 된다. 그런데 스포트라이트는 저 혼자 받는다’고 수상 소감을 밝힌 것이 사람들에게 잔잔하게 감동을 준 적이 있다. 이는 유명 영화배우의 판에 박힌 수상 소감과는 다르다는 사실뿐 아니라, 유명하고 가진 사람들이 자신과 주변만을 돌아보는 생각을 넘어서 소외된 다른 존재들에 대해 눈을 뜨게 만든 고백이라는 점에서 감동적으로 회자되었다고 생각한다. 스크린쿼터 지키기에 나선 영화배우들과 유명 영화감독들이 그의 고백을 진지하게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길 기대한다.


박용환/한국기독청년학생연합회 대표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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