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2.16 17:58
수정 : 2006.02.16 18:00
왜냐면
독점에 가까운 시장 지배력으로 선택의 기회 없이 엠에스엔 메신저를 설치하게끔 하는 구조는 결코 소비자에게 이로운 것이 아니다.
2005년 1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심결한 마이크로소프트사(MS)의 엠에스엔(MSN) 메신저 끼워팔기 결정에 여론이 분분하다. 미국 법무부의 강경론자와 국내 일부 경제학자들이 여러가지 논거를 들며 공정위의 결정을 비판하고 있다.
2월에 열린 한국산업조직학회에서는 “국내 메신저 프로그램인 네이트온이 현재 엠에스엔 메신저를 제치고 시장 1위를 달리는 상황에서 엠에스에 대한 공정위의 결정은 엠에스의 끼워팔기로 인한 시장상황과 효과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또한 얼마 전 김정호 자유기업원장은 “엠에스의 끼워팔기가 소비자에게 이로운 것이며, 공정위의 판단은 소비자가 아닌 경쟁업체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이번 사건을 논할 때 기본 전제는, 2001년 10월 이전에 출시되었던 윈도 운영체제에는 자동적으로 엠에스엔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메신저를 사용하려는 소비자는 원하는 경우에 한하여 자발적으로 엠에스엔을 내려받아 사용하였다. 하지만 메신저 시장이 성장하기 시작한 2001년 10월 이후, 엠에스는 윈도엑스피를 출시하면서 엠에스엔 메신저를 소비자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강제적으로 자동 설치시킨 것이다. 이로 인해 엠에스엔은 네이트온이 따라잡기 전까지 손쉽게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킬 수 있었다.
법이론을 보자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경제법학자 호벤캄프 교수는 그의 저서에서 끼워팔기에 관한 미국 법원의 일반적인 심사기준으로, 주된 상품(윈도 시스템)과 끼워팔리는 상품(엠에스엔 메신저)의 구분, 소비자에게 끼워진 상품을 구입하도록 강제했는지 , 주된 상품의 충분한 시장 지배력 및 이로 인한 반경쟁적 효과, 거래량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의 기준으로 보아도 공정위의 결정에는 법적 하자가 없다고 생각한다. 소비자는 자신이 원하는 상품을 자신의 의사에 따라 구입할 권리가 있다. 독점에 가까운 시장 지배력을 지렛대 삼아 선택의 기회 없이 엠에스엔 메신저를 설치하게끔 되는 구조는 결코 소비자에게 이로운 것이 아니다.
이번 사건의 판단 잣대인 공정거래법의 목적은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하는 것과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이다. 100미터 달리기 경기를 보자. 한 선수는 규정보다 10미터 앞에서 출발하고, 다른 선수들은 정해진 출발선에서 경기를 시작한다면 이것은 공정한 경쟁이 아니다. 출발점 앞에서 출발한 선수가 경기도중 실력있는 다른 선수의 추월을 보고서 “나는 부정출발이 아니다”라고 하는 주장은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것이다.
내가 미국에서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대화할 때는 동화상 지원이 잘되는 엠에스엔 메신저를 자주 이용한다. 네이트온은 싸이월드라는 인기있는 자사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경쟁하고 있다. 경쟁은 규정을 잘 지키며, 자신의 노력과 실력으로 겨루는 것이다. 한국은 디지털기회지수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정보통신(IT) 강국이다. 아이티 산업의 몇몇 분야는 세계에서 가장 앞서기에 세계가 여러 관련 산업분야를 주목하고 있다. 시장질서의 심판역을 하는 공정위가 지금처럼 제구실을 잘 하고, 관련기업들은 본인의 실력과 노력으로 공정한 경쟁을 지속한다면 한국의 아이티 경쟁력은 세계로 무한히 뻗어갈 것이다. 이제는 자신감을 가지고 세계를 바라보아야 할 때다.
김건식/인디애나 대학 법학대학원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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