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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2.09 18:34 수정 : 2006.02.09 18:34

왜냐면

사업계획부터 실행까지 충분한 시간을 들이고 더 넓게 더 겸허하게 시민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그 지혜를 모아야 한다.

며칠 전에 저녁 뉴스를 보다가 내 귀를 의심했다. 그것은 지난가을에 한바탕 입길에 올랐던 노들섬 오페라하우스 건립 문제에 관한 보도였는데, 그 착공이 2008년도로 미루어졌고, 또 올해 서울시 예산이 초긴축 예산임에도 공사비는 애초 예정대로 천억원이 배정됐고, 삭감 논란에 시당국이 “시장님의 숙원사업이고 (중략) 예산 삭감은 절대 안 됩니다”라고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은 두가지 의미를 정확히 드러낸다. 하나는 그 오페라하우스가 서울시민의 숙원이 아니라 ‘시장님’의 숙원사업이었다는 것. 또 하나는 서울시가 21세기에 마치 왕조시대의 왕 모시듯 시장을 모시고 있다는 것.

이명박 시장이 일하는 방식의 특징 하나는 시장으로서 공적인 사업을 진행할 때 무리해서라도 자신이 원하는 일정에 맞게 강행해 버린다는 것이다. 버스노선 체계를 대대적으로 바꿨을 때도 그랬다. 여러 기기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대혼란을 일으켜 이용하는 시민들을 엄청 고생시킨 일이 아직 기억에 생생하다. 그 원인은 현장 기술진이 새로운 시스템 가동에는 준비 기간이 더 필요하다고 했는데도 시장이 그 현장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처음에 원했던 기일에 맞춰서 강행했기 때문이다.

청계천 복원 공사 또한 몹시 서둘렀다. 청계천 주변의 귀중한 조선시대 유적들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신중히 다루어야 했는데 완공 기일 때문에 공사는 서둘러 진행될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생겨 버렸다.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묻는 한 조사는 “역사, 문화의 복원이 아니다”라는 평가가 64%에 이르기도 했다.

둘째로, 민주적 절차의 무시다. 오페라하우스의 경우도 그 전형적인 예로서, 시민의 혈세가 엄청나게 투입될 사업인데도 마치 다른 의견에 부닥치는 것을 피하려는 듯 전문가 및 시민단체들과의 공청회 한번 열지 않고 계획을 진행시켜 버린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3월에 벌써 노들섬 땅을 사들이고 4월에는 국제적으로 설계를 공모했는데, 이 시점에서 서울시가 벌인 자체 여론조사에서 이 오페라하우스 계획을 아는 시민은 30%에 그쳤다는 웃지 못할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청계천 유지 관리비로 매년 70억원, 시청 앞 광장의 잔디 유지·보수에도 해마다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고 한다. 사업 계획부터 실행까지 충분한 시간을 들이고 더 넓게 더 겸허하게 시민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그 지혜를 모아 역사적 평가를 받을 만한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자세로 임했더라면 이러한 뒷감당 문제들도 훨씬 줄어들었을 것이다. 시민들은 이제 해마다 늘어나는 그런 부담을 어떻게 감당하나를 걱정하게 생겼는데, 이명박 시장은 그런 문제점에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벌써 다음 대형사업으로 노들섬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충분한 타당성 검토도 없이 추진하고 있다. 이것은 시장으로서 너무나 무책임한 처사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지금 세금을 어디에 어떻게 쓰는 것이 가장 필요한지부터 넓게 의견을 들어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코 시장 및 그 주변 몇몇 공무원들의 자기 스케줄에 맞춘 가시적인 결과물 만들기에 혈세를 써서는 안 된다. 일단 문자 그대로 ‘이명박 시장님의 숙원사업’인 오페라하우스 건립에 해마다 천억원씩 투입하는 것 자체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시민에게 묻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임소원/일본어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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