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2.09 18:29
수정 : 2006.02.09 18:29
왜냐면 재반론 - 윤정호 의원의 ‘심평원 평가방식 재검토해야’ 를 읽고
항생제를 잘 쓰기 위한 노력은 선진국은 물론이고 우리나라보다 경제사정이 열악한 국가와 비교해도 매우 미약한 실정이다.
최근에 참여연대가 의료 소비자의 알 권리 신장과 의료의 선택권 보장을 위해 제기한 소송은 항생제를 올바르게 사용하자는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보건복지부는 정보공개 소송 결과에 따라 이번주 중으로 심사평가원 홈페이지를 통해 전국 병·의원의 급성상기도염 항생제 처방률을 전면 공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하여 3일치 왜냐면에 “심평원 평가방식 재검토해야”라는 제목의 의료개혁국민연대 윤정호씨의 글이 실렸다. 임상 현장에서 실제로 진료한 진단명을 진료비 청구 때 기재하지 않고 다른 질병명으로 기재하여 청구할 개연성이 많으니 항생제 사용 평가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요지다. 이 주장에는 국민을 오해하게 할 모순점이 숨어 있다.
올바른 진료의 질 평가는 정확한 진료의 데이터가 생명이라는 주장은 옳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30여년 동안 의료계를 신뢰하고 청구된 진료비에 대한 평가를 해오고 있다. 또 정확한 평가 자료의 구축을 위해 전국 의료기관에서 청구한 진료비의 적정 청구 여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여 피드백(환류)하고 있다. 이러함에도 대부분의 의료인이 틀린 자료로 청구할 것이라는 주장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혹시 임상 현장에서 진료한 질환의 병명을 다른 질병명으로 바꾸어 진료비를 청구한다면 이는 분명히 의료인 자신이 개선하여야 할 문제다. 또한, 제도가 개선되어야 할 내용이 있다면 정당한 절차를 밟아 바꾸어야 한다.
몇년 전만 해도 외국여행을 떠날 때 반드시 준비해 가는 물건 중 하나가 상비약이었다. 그 가운데서도 빠뜨리지 않는 약은 항생제였다. 우리나라는 수십년 동안 별 규제 없이 아무나, 어디서나 자유롭게 항생제를 접하면서 살아왔다. 지금은 의약분업으로 사정이 달라졌지만 옛날 습관들이 남아 있어 부작용에 대한 생각 없이 항생제를 복용해 왔다.
페니실린 개발은 세균 감염으로 죽어가는 인간에게 ‘기적의 약물’이었다. 기적의 약물인 항생제에 의존성이 커져가면서 더욱 많이, 자주 쓰게 되었으며, 부적절한 사용은 새로운 문제를 낳았다. 이 문제가 ‘항생제의 내성’이다. 항생제는 질병의 원인 중 하나인 세균에게는 엄청난 위협이고 죽음이다. 세균은 항생제의 위협으로부터 살아남으려는 저항력을 가지는데 이것을 의학 용어로 내성이라 부른다.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갖게 된 세균에 감염된 환자의 치료는 어렵고, 현재 개발된 모든 항생제로 치료할 수 없는 경우도 있어 목숨을 잃기도 한다. ‘기적의 약물’인 항생제가 내성을 갖게 된 세균에게는 더 이상 기적의 약물이 아니다. 항생제의 내성은 전세계로 확산되었으며 우리나라의 항생제 내성은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다. 급성호흡감염증에 대한 김양수 의학박사의 2003년 연구를 보면, 소아 상기도 감염증에 항생제가 75% 사용되었고, 성인 감기 환자의 75%에게 항생제가 처방되었다.
이번 항생제 처방률 공개에 대해 서로 다른 주장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를 계기로 항생제를 올바르게 사용하여 내성을 줄이자는 공동의 목표를 향하여 학계를 포함한 의료계, 시민단체, 정부가 힘을 합하여야 할 것이다. 항생제를 잘 쓰기 위한 노력은 선진국은 물론이고 우리나라보다 경제사정이 열악한 국가와 비교해도 매우 미약한 실정이다.
항생제는 우리가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귀중한 약물이기에 꼭 필요한 경우에, 필요한 양만 써서 내성균의 발현을 최소화하는 것이 우리의 윤리적 의무일 것이다.
유제국/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홍보상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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