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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17 16:08 수정 : 2019.12.18 02:32

하기우다 고이치 일본 문부과학상.

민간 영어시험 이어 국어·수학 서술식 출제 보류
부유층 자녀 유리, ‘공정한 채점 우려’ 비판 쇄도

하기우다 고이치 일본 문부과학상.

일본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대학 입학시험 개혁방안이 국어·수학 서술식 문제 출제 등 핵심 사항이 모두 빠진 채 시행되게 됐다.

하기우다 고이치 일본 문부과학상은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인 ‘대학입학 공통 테스트’에서 국어·수학에 도입할 예정이었던 서술식 문제 출제를 보류한다고 17일 발표했다. 대학입학 공통 테스트는 한국의 수학능력시험에 해당하는 것으로, 종래의 ‘대학입시 센터시험’을 대체할 예정이다. 대학입학 공통 테스트의 주요 특징은 서술형 문제 도입과 토플 같은 민간 영어시험 성적 활용에 있었다. 그러나 민간 영어시험 활용 무산에 이어 서술형 문제 도입까지 보류됐다. 일본의 대학입학시험 본격 개편은 30년 만의 일이다.

하기우다 문부과학상은 이날 “현시점에서는 수험생 불안을 불식하고 안심하고 시험을 치를 수 있는 태세를 정비하기 곤란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기한을 정한 연기는 아니다”며, 다만 각 대학이 개별적으로 치르는 시험에서 서술식 문제를 활용해달라고 요청했다.

서술식 문제 도입이 보류된 이유는 약 50만명에 이르는 수험생 답안을 공정하고 정확하게 채점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애초 민간 회사에 채점을 위탁할 예정이었으나, 모의고사 채점 때 학생 아르바이트까지 동원된 것으로 나타나 우려가 더해졌다. 앞서, 민간 영어시험 도입에 대해서는 시험을 여러 번 치를 수 있는 도시 거주 부유층 자녀에게 유리한 제도라는 비판이 쇄도했다. 하기우다 문부과학상이 지난 10월 “자기 분수에 맞춰 두 차례 제대로 노력하면 (되지 않겠느냐)”라고 말하면서 비판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결국 지난달 1일 민간 영어시험 도입 ‘보류’가 발표됐다.

아베 정부가 대입 시험 간판 개혁안으로 내세웠던 두 가지를 모두 보류한 배경에는 이 문제가 자칫 정권에 대한 비판 여론으로 번질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신문>은 최근 총리 관저 관계자가 “이 정도로 이야기가 나오면, 이대로 하자고 말할 수는 없다”고 서술식 문제 도입 연기를 내비친 바 있다고 전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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