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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0.31 16:45 수정 : 2005.10.31 17:59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31일 3차 개각을 단행했다. 특징은 이른바 '포스트 고이즈미' 후보의 내각 전진 배치와 대 아시아 외교의 강경기조 유지로 요약할 수 있다.

이례적인 국회회기 중 개각 단행과 여성 초선의원의 각료 발탁 등 특유의 '서프라이즈(깜짝) 인사'도 재연됐다. 당 3역에 인사에서는 간사장과 총무회장을 유임시켜 총선 압승에 대한 신임을 확인했다.

◇ 강경파 아소 다로 외상 기용 = 고이즈미 총리는 이번 인사에서 외상에 온건파인 후쿠다 야스오 전 관방장관을 기용, 한국과 중국과의 외교관계 개선을 도모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정권 말기 아시아 중시외교를 표방함으로써 자신의 야스쿠니 참배 강행으로 악화된 이웃나라와의 관계 회복을 꾀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관측을 깨고 강경파인 아소 다로 전 총무상을 전격 기용했다.

이러한 결정은 남은 임기(내년 9월)에도 아시아 주변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강경외교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소 신임 외상은 창씨개명이 "조선인이 희망해 이뤄졌다"는 망언으로 자주 물의를 빚은 인물이다.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해서는 "총리가 야스쿠니에 가지 않는다고 일.중 관계가 갑자기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으며 스스로도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고 있다. 제3의 천시설 건립에도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의 부친은 일제시대 1만623명의 조선인 징용자를 끌고가 노역시킨 아소탄광 을 경영했다. 아소 외상 역시 부친에 이어 이 탄광의 사장을 지냈었다.

◇ 한.일 관계개선 쉽지 않을 듯 = 고이즈미 총리는 신임 외상에 강경파인 아소 전 총무상을 기용하는 동시에 정부 대변인격인 관방장관에도 초강경파인 아베 신조 자민당 간사장 대리를 임명, 향후 외교정책에는 이들의 강경 목소리가 반영될 전망이다.

한국 정부는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도 불구하고 외무장관 회담에 예정대로 응했다. 외교채널을 열어놓고 야스쿠니신사 외 별도의 천시설 건립을 비롯 항구 비자면제, 소록도 한센인에 대한 보상, 원폭피해자에 대한 배려 등의 전향적 조치를 압박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아소 외상-아베 관방장관의 체제에서 한국과의 현안은 그 비중이 크게 격하될 가능성이 많다.

둘 모두 미국과의 관계를 외교 최우선 과제로 여기는 친미인사인 만큼 고이즈미 내각의 외교비중은 확연히 미국쪽으로 기울 공산이 크다. 주일미군 재배치를 통한 미국과의 군사일체화를 비롯 개헌 준비의 가속화 등 자국이 아쉬운 외교.정치현안에 우선 순위가 두어질 전망이다.

특히 아베 관방장관은 임명 직후 기자회견에서 "나도 고이즈미 총리와 마찬가지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가로서 참배해왔다"며 "지금까지의 마음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야스쿠니신사 참배 강행의사를 밝혔다.

아소 외상은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대해 "민주주의와 자유경제의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는 만큼 중.일 관계와는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우호관계를 추진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제3의 천시설 건립 등에 별다른 진전이 없거나 노무현 대통령이 연말로 예정된 한.일 정상 셔틀외교를 거부할 경우 양국 관계는 급속히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납치문제가 걸려 국교정상화 협상이 난항을 겪어온 북한과의 관계도 자칫 경색될 가능성이 있다. 아베 관방장관은 일본에서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이며 대북 경제제재를 주장하고 있다.

◇ 후쿠다 '포스트 고이즈미' 탈락, '고이즈미 시스터즈' 발탁 = 포스트 고이즈미 4인방으로 거론되던 후쿠다 전 관방장관의 이름이 새 내각에서 배제됨으로써 사실상 경쟁에서 첫 탈락했다.

나머지 가운데 아베 자민당 간사장 대리가 관방장관에, 아소 총무상이 외상으로 발탁되거나 자리를 옮겼고 다니카키 사타카즈 재무상이 유임됨으로써 경쟁은 사실상 3명으로 압축됐다.

모리 요시로 전 총리가 선호했던 것으로 알려진 후쿠다 전 관방장관의 탈락은 다소 의외이다. 자민당 졔.온건파와 일본 언론들은 후쿠다 전 관방장관을 차기 총리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점쳐왔다.

반면 고이즈미 정권의 개혁전도사로 꼽히는 다케나카 헤이조 경제재정.우정민영화 담당상이 주요 포스트인 총무상에 기용됨으로써 '포스트 고이즈미' 에 도전장을 낼 수 있게됐다.

또 초선으로 제네바 군축회의 일본 대표부대사 출신인 이노구치 구니코(.53) 의원의 남녀공동참여담당상 발탁은 대표적 깜짝인사. 이노구치 의원은 이른바 '고이즈미 시스터즈'로 압승한 총선에서 당내 반대파를 제거하는 '자객'으로 나섰던 인물이다. 검증되지 않은 초선 의원을 전격 각료에 기용한 것은 고이즈미 총리 특유의 서프라이즈 인사이다.

이해영.신지홍 특파원 shin@yna.co.kr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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