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
일 공무원 문호개방 지자체 외국인 임용제한 판결에 당황 |
아사히 등 “시대역행” 비판
외국 국적자에 대한 지방공무원 관리직 임용 제한이 합헌이라는 26일 일본 대법원의 판결로 외국인에 대해 지방직 공무원의 문호를 개방해온 일본 지자체들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이 27일 전했다.
외국인의 승진을 허용하고 있는 요코하마시의 인사담당 간부는 “만약 시가 도입한 제도의 이념을 근본적으로 뒤엎는 논리가 성립된다면 개정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요코하마시는 1997년부터 위생감시와 소방을 제외한 모든 직종을 외국인에게 개방했으며, 결재권을 갖거나 기본정책을 결정하는 직책말고는 외국인이 최고 국장급까지 승진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일반직 공무원 채용을 외국인에 개방한 뒤 외국인 승진 관련 규정을 마련 중이던 한 지자체는 “지금까지 검토해온 것들을 재고하지 않을 수 없다”며 “가와사키시와 같은 선진 지자체를 본받으려 했으나 이번 판결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이 지자체들의 문호 개방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 또한 높다. 일본에선 지방직 공무원의 국적조항에 관한 규정은 없으나 1953년 국가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공권력 행사 또는 국가의사 형성에 참여하는 공무원은 국적이 필요하다”라는 ‘당연 법리’가 적용돼 왔다. 끈질긴 차별 철폐 운동으로 95년 고치현, 97년 가와사키시 등이 이 법리는 법규범이 아니라고 선언하면서 지방공무원의 외국인 채용과 승진의 문이 본격적으로 열렸고, 지난해까지 11개 광역지자체, 주요 시 35곳으로 국적조항 철폐가 확산됐다. 곤도 아스시 규슈산업대 교수(헌법학)는 이번 판결에 대해 “정부의 논리를 추인하는 데 그친 최악의 판결”이라며 “10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가게 됐다”고 말했다. 〈아사히〉 〈마이니치〉 등도 사설·해설을 통해 “기업과 지자체가 국적 차별을 줄이기 위해 지혜를 모으고 있는 시대상황에 매우 역행하는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