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9.13 18:33
수정 : 2005.09.13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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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다음 총리 예상 후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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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재 후보 압축…‘내각서 공개검증’ 구상
사실상 경선…“파벌담합 밀실지명 이젠 끝”
레임덕 방지·명예퇴진 ‘두 토끼 잡기’ 묘수
“다음 내각에 주목하라. ‘거대한 유산’의 상속자가 그 속에 있다.”
총선에서 압승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임기 연장 가능성을 거듭 부인했다. 대신 후계 구상을 비쳤다. 우정민영화 법안이 통과된 뒤 구성될 내각에 후계자가 될 후보들을 중용해 ‘공개 검증’을 한다는 것이다. 그는 12일 기자회견에서 “내 뒤에는 총리·총재에 의욕을 보이는 사람이 꽤 있다. 되도록 그들에게 활약할 장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강력한 부인으로 임기 연장론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의 고집스런 성격이나 앞으로 한풀 꺾이게 될 그의 인기를 고려할 때 ‘포스트 고이즈미’ 경쟁이 수면 위로 부상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총재 경선제?=후보는 4명으로 압축돼 있다. 최근 고이즈미 총리는 한 방송에서 이들의 인물평을 했다. 아베 신조(51) 간사장 대리는 사람을 끄는 능력, 후쿠다 야스오(69) 전 관방장관은 균형감각, 다니가키 사다카즈(60) 재무상은 진지·성실·온화함, 아소 다로(65) 총무상은 다양한 경험이 장점으로 꼽혔다. 아소 총무상은 13일 조심스럽게 “주어진 책임을 다할 각오”라며 의욕을 내비쳤다.
총리실 관계자들은 이들 후보가 주요 장관으로 확실한 실적을 내 당원들에게 평가받도록 한다는 것이 고이즈미 총리의 구상이라고 말한다. 사실상의 ‘총재 경선제’라는 것이다. 그동안 횡행해온 파벌 담합에 의한 밀실 지명은 있을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이번 총선에서 당의 얼굴인 총재의 중요성이 분명하게 입증됐다는 점은 공개 경쟁의 필요성을 더해준다. <마이니치신문>은 후계자 경쟁도 이번 총선처럼 극장형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공개경쟁 방식은 대중적 인기가 높은 아베 간사장 대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그는 극우성향으로 주변국의 우려가 크고, 세대교체를 앞당길 가능성이 높아 당내 실력자들이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러나 당내 합의의 비중이 떨어져 그의 당선 확률이 높아질 것으로 아베 쪽은 기대하고 있다.
고이즈미의 노림수=고이즈미 총리로선 임기 연장론이 듣기 좋은 말이지만 지금 덥석 받아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년 9월 임기가 끝나면 물러나겠다고만 하다가는 의외로 일찍 레임덕(권력누수)이 찾아올 우려도 있다. 이런 후계 구상은 유력인사들을 ‘고이즈미식 개혁’ 경쟁으로 몰아넣어 당내 구심력을 높이면서 명예로운 퇴진도 준비하는 ‘두 토끼 잡기’로 풀이된다. 시간이 지나면 영향력 저하가 불가피한 만큼 힘이 완전히 빠지기 전에 입맛에 맞는 후계자를 뽑겠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총리실 주변에선 그가 생각하는 ‘퇴장의 미학’에 대해 “레임덕에 빠지지 않고 아쉬움을 주면서 물러나는 것만한 게 있겠느냐”고 말한다.
고이즈미 총리는 또 영향력 강화를 위해 초선 의원들의 파벌 가입 규제에도 나섰다. 그는 12일 다케베 쓰토무 간사장에게 “파벌에 들어가지 않아도 국회와 당의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83명에 이르는 초선 의원들을 ‘고이즈미 홍위병’으로 만들겠다는 뜻으로 비친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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