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9.06 19:04
수정 : 2005.09.06 19:07
‘일상적 재해대비’로 피해 적어
6일 초대형 태풍 ‘나비’가 일본 본토로 접근하면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태풍 나비는 시속 20㎞ 남짓의 느린 속도로 북상함에 따라 일본 남부지역에서 강풍과 호우가 장시간 계속됐다. 태풍 중심 부근에선 순간 최대풍속 50m가 넘는 폭풍, 반경 480㎞ 이내에선 초속 25m의 강풍이 불고 있다. 남부 규슈 지역에선 지난 3일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의 양이 이날 오전까지 이미 1천㎜를 넘었고, 7일까지 600㎜가 추가로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등 기록적 강수량을 보였다.
이로 인해 규슈·주고쿠·시코쿠에선 1명이 숨지고, 20여명이 실종됐으며, 20여명이 부상했다. 당국은 미야자키·가고시마를 중심으로 9만여가구, 21만여명에게 피난지시 또는 피난권고를 했다. 2만6천여명은 스스로 지대가 높은 마을회관 등에 대피했고, 미처 대피하지 못한 주민 구조를 위해 자위대가 파견됐다.
하지만 이런 인명피해는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못지 않은 태풍 나비의 위력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대부분 호우에 따른 지반 약화로 토사가 무너져내리면서 집을 덮쳐 생긴 피해들이다. 한국의 한 해 평균강수량보다 많은 비가 한꺼번에 내려 일부 지역이 침수되긴 했지만, 미국의 뉴올리언스와 같은 대규모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는 태풍을 비롯한 각종 자연재해에 대한 일본의 철저한 대비 태세에서 비롯한다. 태풍은 해마다 6개 정도 일본 열도에 상륙하기 때문에 진로와 규모, 풍속과 강수량에 대한 정확한 예측을 바탕으로 대책을 세운다. 가정마다 재해전용 라디오가 갖춰져 있어 집중호우와 침수의 우려가 높아지면 단계적으로 피난 준비, 권고, 지시를 통보하게 된다. 더욱이 대피훈련이 일상화돼 몇십만명이 대피를 하더라도 지원체계가 빈틈없이 작동한다. 대피한 주민들이 먹거리가 없어 굶거나 약탈을 일삼는 등의 혼란은 찾아볼 수 없다.
그렇지만 일본에서도 해수면보다 낮은 지대가 대도시 일대를 비롯해 무려 1169만㎢에 이르러, 제방이 붕괴되면 엄청난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고 보고 방조제와 수문, 제방 정비를 서두르고 있다. 일본에선 지난 1959년 나고야시 등에서 태풍으로 인한 제방붕괴로 5500여명이 숨지거나 실종된 바 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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