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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08 18:40 수정 : 2006.04.25 09:35

한국 온 일본 시각장애인 시라이 미유키 “한국어 가르치는 게 꿈이에요”

“한국어 가르치는 게 꿈이에요”

공부는 누구에게나 어렵다지만, 장애인에겐 더욱 어려운 일이다. 특히 가장 기본적인 학습 도구인 책을 마음껏 보지 못한다는 점에서 시각장애인들이 겪는 어려움은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하물며, 고국을 떠나 외국에서 공부하는 시각장애인의 경우는 말할 나위조차 없을 것이다.

시라이 미유키(22·도쿄여대 언어문화학과 2년)는 이런 ‘삼중고’를 감수하고 한국을 찾은 일본인 여성이다. 1984년 태어나 3년 만에 양쪽 눈의 시력을 모두 잃은 그는 말로만 듣던 이웃나라 한국을 ‘겪어보기’ 위해 지난 4일 방한했다. 성균관대에 개설된 3주짜리 한국어 단기과정을 듣기 위해서다.

“어머니는 욘사마 팬이고, 저는 원빈 팬이에요. 한국에서 유행하는 시디와 옷을 사고 싶어요. 일단 한국에 온 이상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은 당연하고, 한국의 전통문화도 체험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한국의 시각장애인 시설도 둘러보고 싶구요.”

그는 장애인이기 이전에 재기발랄한 20대 초반의 대학생이었기에, 한류에 열광하면서 한국어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 1년 동안 혼자서 한국어 공부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성이 차지 않아, 아예 직접 한국을 찾은 것이다. 학교 쪽도 그의 이런 열성에 답하는 의미에서 처음으로 받는 일본인 시각장애인을 위해 점자책과 3주 동안 머물 하숙집을 알선해줬다.

언어문화학이 전공인 관계로 한국 문화와 한국어 공부는 전공 공부이기도 하다. 그는 “한국어와 일본어는 문법 체계도 비슷해서 공부하기가 쉽다”며 “장차 한국어를 가르치는 게 꿈인데 일본에선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한국어 교재가 전무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부 외에도 한국을 직접 느끼며 체험하고 있다. 그는 “며칠 전 처음으로 한국에서 버스를 탔는데 마치 롤러 코스터(일명 청룡열차)를 탄 것 같았다”며 “한국 사람들은 어떤 때는 너무 여유로운데 어떤 때는 굉장히 바빠 보이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기회가 된다면 한국의 시각장애인들에게 일본어도 가르쳤으면 해요. 한국이나 일본이나 모두 시각장애인들이 여러 외국어를 배울 수 있는 환경이 부족해 아쉽습니다. 물론 한국에 있는 동안 친구도 많이 사귀고 싶구요.” 다음달 1일 일본으로 돌아간다.

글·사진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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