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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7.07 08:14 수정 : 2005.07.07 08:14

슈레다이가쿠는 도쿄 슈레 졸업생들이 만든 대학교다.

98년에 설립준비위원회가 발족돼 이듬해 4월 학생 6명의 초미니대학교로 출발했다.

현재 이 학교 학생은 40명. 6년만에 일반 대학교 한 학과 학생 수 만큼 모인 셈이다.

도쿄슈레 출신자들이 만들었지만 지금은 타 지방 출신자들이 더 많아 슈레 출신자는 전체의 3분의 1 정도이다.

'정신을 자유롭게 한다'는 도쿄슈레의 정신 그대로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아무때고 입학이 가능하며 얼마동안 대학을 다니든 상관하지 않는다.

배우고 싶은 만큼마음껏 다닐 수 있는 것이다.

졸업 자격증이나 졸업장도 없다.

학비는 1년에 54만엔정도로 일반 대학교와 비슷하다.


'학생이 스스로 만든 대학'을 표방하니 정해진 커리큘럼이 있을 리 없다.

학생들이 알고 싶은 것과 하고 싶은 것을 학교운영위원회에 제안하고 운영위가 이를 받아들여 강사와 실습장을 섭외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영상이나 영화, 연극, 음악 등 다양한 자기표현 활동이 가능하다.

전공이 정해지면 싫으나 좋으나 해당 학과목을 이수해야 하는 일반 대학교 학생들에게는 동아리활동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슈레대학 학생들에게는 전공 따로 동아리 따로가 아니다.

그저 자기들이 하고 싶은 것 배우고 싶은 것을 마음껏 배울 수 있는 것이다.

학교 운영도 학생들의 자치 방식이다.

정기적으로 운영회의를 열고 활동내용이나 학사 운영에 관해 논의하고 학칙도 정한다.

학생들이 여러가지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어 재미도 있다.

현재 50명의 어드바이저 그룹이 강사진으로 대기중인데 이들이 다루는 범위는철학과 역사, 국제정치, 경제학, 심리학은 물론 다양한 예술 분야와 삼림, 지리, 도시경영, 항공 등 안미치는 곳이 없을 정도이다.

이들 가운데는 사회적으로 명성이높은 인사들이 수두룩하다.

사회비평가로 가족문제와 범죄문제 등 다양한 방면의 전문가로 인정받는 세리자와 ??스케(芹澤俊介), 도쿄대학 교수로 가족사회학과 여성학, 젠더(性) 및 섹슭窄??연구의 권위자인 우에노 시즈코(上野 千鶴子), 서양음악을 전공한 피아니스트 우에다 빈 등이 그들이다.

또 재일동포 3세로서 일본내 소수민족의 권익 옹호에 앞장서는 인권운동가이자인재육성컨설턴트로서 TV와 신문에도 자주 소개되는 신숙옥(辛淑玉.46)씨도 있다.

슈레대학 학생들은 이처럼 다양한 경력과 배경의 소유자들의 역량과 활동 분야들로부터 자신의 인생과 직업에 대한 조언을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지난달 23일 슈레대학을 방문했을 때 한 쪽 서고를 가리키며 이곳이 도서관이냐고 묻자 한 학생은 "아주 작은 도서관이죠"라면서도 학교나 서고의 크기에 괘념치않는다는 표정을 지었었다.

막강한 강사진과 함께 그룹프로젝트도 이 학교의 자랑거리이다.

연극과 영화 음악 및 솔라카(태양전지차) 프로젝트가 그것으로 특히 2000년 10월 시작된 솔라카 프로젝트는 이제 슈레대학을 대표하는 주요 사업이 됐다.

설계에서부터 제작에 이르기까지 솔라카 제작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학생들이맡아 했고 국제 솔라카 레이스에도 매년 참가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덕분에 얼마전 한 회사로부터 200만엔의 자금지원도 받았다.

1992년 대학생 신분으로 도쿄슈레와 인연을 맺고 오즈 슈레에서 약 8년간, 1999년 슈레대학이 창립된 이후 이곳에서 스태프로 일하다 지금은 이사가 된 가케키 아사쿠라(朝倉景樹)씨는 도쿄슈레와 슈레대학이 교육과 사회인으로의 성장을 위한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대량생산과 고도성장이 계속됐고 대학졸업장만 있으면 일자리가 보장됐던 시절은 사라졌다"면서 "앞으로는 어느 대학 졸업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개개인이 자신의 능력과 소질에 따라 전문성을 갖추고 그 능력을 인정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신의 적성과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공부하면서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야말로전인교육이자 민주시민 교육의 최선책이라는 말이다.

아사쿠라 이사는 성공 사례를 요구하는 기자의 말에 "인생에서 성공과 실패라는이분법은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면서도 흔히 말하는 '성공 사례'를 예시했다.

도쿄슈레 또는 슈레대학 출신으로 정규 대학을 나오지 않고도 나름대로 자신의인생을 개척해 가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클레식발레를 좋아했던 스즈키 후미코(鈴木富美子.29)는 도쿄슈레를 졸업하고 영국에서 유학한 뒤 독일에서 댄서로 활동하다 얼마전 귀국해 발레 스튜디오를 차렸고 10살 때부터 8년간 도쿄슈레와 슈레대학을 다닌 스즈키유지(鈴木祐司)는 일본국제청년펀드(JIYF)라는 국제단체에서 프로그램 오피서로 활동하고 있다.

또 도쿄 슈레를 다니다 정규학교로 돌아간 학생들도 있다.

세계 각국민들의 생활상에 관심이 많았던 오타 미나오(大田泉生.27)라는 남학생은 도큐슈레 졸업후 멕시코로 떠났다.

그곳에서 대학공부를 마치고 1년간 원주민 사회를 여행하고 돌아와와세다대학을 나와 지금 아사히신문 사진기자로 일하고 있다.

또 주변에서 도쿄슈레를 학교 및 사회의 대안 모델로서 인식하기 시작하자 이곳졸업생들이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기도 한다.

부등교신문사와 '도쿄슈레 프레스'라는 출판사를 설립한 것이 그 예이다.

도쿄슈레 또는 슈레대학에 관한 책이나 체험담을 책으로 내기도 한다.

이제 이곳 졸업생들 스스로 상품가치를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21세기에 들어선 지금도 대안학교들은 여전히 소수의 공간이고 정규 학교의 단점을 보완하는 정도로 인식되지만 한편에서는 지금과는 환경이 많이 다를 미래사회에 적합한 인재를 양성하는 새로운 교육공간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학점이나 전공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에 몰두해 제대로 배운다면 더 강한 경쟁력을 갖출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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