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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17 18:39 수정 : 2005.06.17 18:39

미 ‘상임 2개국 확대’ 제안…기득권보호 속내
일 ‘4개국 공조냐 미국안 지지냐’ 갈림길 난감

미국이 일본을 포함한 2개국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확대라는 독자적 유엔 개혁안을 제시해 일본이 매우 고민스런 처지에 놓였다. 미국안은 일본·독일·인도·브라질이 함께 제안한 상임이사국 6개국 증설안과 상충돼 일본은 4개국 공조를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미국안을 지지할 것인지를 놓고 어려운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리게 된 것이다.

◇ 미국 재뿌리기?=니컬러스 번스 미국 국무부 정책담당 차관은 16일 일본을 포함한 상임이사국 2개국과 2~3개 비상임이사국을 늘려 안보리를 20개국 정도로 확대하는 것을 뼈대로 한 방안을 발표했다. 미국이 독자안을 낸 것은 처음이다. 미국 쪽은 일본 등 4개국의 안에 대해 “신규 이사국이 너무 많이 늘어나 효율성의 관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미국은 새 상임이사국 기준에 대해 지역별 배려가 아니라 △경제력·군사력·인구 등 국력 △민주주의와 인권존중 △대량무기확산과 테러방지에 대한 협력 등을 제시했다.

미국의 이런 제안은 기득권 보호를 위해 안보리 확대를 최소화하면서, 반미 성향의 나라의 상임이사국 진출을 원천봉쇄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라크 전쟁 등에서 유엔과 끊임없이 충돌하며 유엔 무용론까지 제기해온 미국으로선 안보리를 안이하게 확대했다가, 미국의 일방주의에 회의적인 이사국이 늘어나 스스로 발목을 잡히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프랑스와 함께 이라크전에 반대해온 독일이나 미국과 거리를 두고 있는 인도·브라질은 미국으로선 내키지 않는 존재다. 미국은 또 국제분쟁 뒤 재건을 맡을 평화구축위 설치와 대테러 협정 채택 등을 우선 해결과제로 제시해 유엔개혁 논의가 안보리 확대에 집중되는 것을 견제했다.

미국안의 제시로 유망 후보국인 독일 등은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다. 이들은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나타내며 미국의 제안이 4개국의 분열을 겨냥한 것으로 분석했다. 유엔주재 브라질 대사는 “미국은 (이 제안으로) 사태가 복잡해질지 아닐지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 깊어가는 일본의 고민=가장 고민스런 나라는 일본이다. 현실적으로 미국의 뜻을 거스르면서 안보리 확대를 관철하기는 불가능한 실정이고, 그렇다고 ‘혼자 살겠다’며 굳건하게 추진해온 4개국 공조를 내팽개칠 수도 없는 처지다. 더욱이 안보리 대폭 확대를 바라는 개도국의 목소리가 높은 점에 비춰 미국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크지 않고, 미국의 제안 진의 또한 분명치도 않다. 이에 따라 일본은 일단 4개국 공조를 지속하면서 미국을 설득해나간다는 방침이다.

그렇지만 미국이 4개국 안에 대한 찬성은 아니더라도 공개적 반대는 하지 말아달라는 일본의 요청을 뿌리치고 독자안을 내놓은 이상, 일본으로선 선택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일본은 4개국 공동안 통과 뒤 상임이사국 선출로 이어지는 기존 전략을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안보리 확대 결의안 제출을 7월로 미루는 등 차질을 빚고 있는 일본으로선 한국 등 반대그룹에 맞서 중소 회원국의 표 확보 경쟁을 벌이는 것을 능가하는 암초에 부딪힌 셈이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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