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맹주 군사대국화 야심 일본 후소사판 역사·공민 교과서의 왜곡이 일본 우익세력의 ‘친미주의’ 전략을 반영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1일 오후 2시, 서울역사박물관 강당에서 열린 일본 교과서 분석 학술대회에서 왕현종 연세대 교수, 신주백 서울대사회발전연구소 연구원은 공동발표문을 통해 “후소사판 교과서가 미국에 대해 이전에 없던 새로운 역사관을 보여주고 있다”며 “교과서를 통해 등장한 이들의 노골적인 친미태도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일본 문부과학성 검정을 통과한 2005년도 후소사판 역사교과서를 보면, △1908년 미국 함대의 일본 방문 때 일본인들이 만세를 연호하며 환영했다는 서술 △‘일본을 파멸로부터 구제한 아메리카의 외교관’이라는 제목으로 1945년 포츠담 선언과 관련한 미국의 긍정적 역할 서술 등이 새로 추가됐다. 대신 개항을 전후한 ‘반미색채’의 서술은 사라졌다. 왕 교수 등은 이에 대해 “일본 우파의 주류가 전통적인 (민족주의적) ‘반미주의’에서 탈피해, 지금까지 우파내 소수파에 머물렀던 ‘친미주의’로 바뀌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발표자들은 2001년 9·11테러 이후 새역모 내부에서 벌어진 ‘미국의 보복전쟁 지지·반대 논란’을 소개하고, “이때까지 새역모의 핵심이었던 고바야시 요시노리 등이 미국의 글로벌리즘을 비판한 데 비해, 니시오 간지 등은 미국의 보복작전과 자위대 해외파병을 지지하면서 새역모를 정비했다”며 “이 과정에서 반미주의자들이 이탈한 새역모를 친미주의자들이 장악했다”고 밝혔다. 발표자들은 “결국 후소사판 역사교과서는 미국을 맹주로한 군사질서에 적극 참여해 평화헌법을 개정하고 군사대국화를 이루려는 일본 ‘친미주의’ 우파의 매개물”이라고 지적했다.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역사문제연구소·한국역사연구회 등이 공동으로 주최한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후소사판 외에도 도쿄서적·일본서적신사 등 다른 역사·공민 교과서에 대한 분석도 이어졌다. 송주명 한신대 교수는 후소사·도쿄서적·일본서적신사 등의 역사교과서들이 공통적으로 △사실관계 왜곡이나 단편적 사실의 강조를 통한 목적론적 서술 △사회주의 등에 대한 폄하를 통한 신냉전주의 강조 △국가주의·파시즘을 우회적으로 긍정하면서 전후 민주정치·민주개혁에 대한 적극적 의미부여 회피 △패권지배와 전쟁의 정당화, 국가·민족간 공존의 관점 결여 등을 드러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각 출판사의 공민교과서를 분석한 권혁태 성공회대 교수는 “일본인 납치·북핵·미사일·기아 등 북한 문제를 많은 지면에서 자세히 다뤄, 북한에 대한 위기감을 불러일으켜 헌법개정 등의 빌미로 삼으려는 뜻을 드러냈다”며 “특히 후소사 공민교과서는 현행 일본평화헌법에 대해 적대적으로 서술하면서, 전후 민주주의 가치를 부정하려는 목적의 정치적 교과서”라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또 “독도뿐만 아니라, 쿠릴열도 4개섬 등 일본이 자신의 영토로 규정하고 있는 지역에 대해 보다 강경한 표현이 등장했는데, 이는 문부과학성의 개입과 주도 아래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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