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3.22 18:21
수정 : 2005.03.22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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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일본 아이치현 나가쿠테 전시장에서 열린 ‘2005 일본 아이치 만국박람회(엑스포)’의 사전 언론공개 행사에서 도우미 여자 로봇이 한국말과 영어, 일본어로 안내하고 있다. 나가쿠테/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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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메시지 담은 첨단기술 잔치
‘자연의 예지’를 주제로 내건 ‘2005 아이치 지구박람회’가 오는 25일 일본 아이치현 나가쿠테·세토에서 개막돼 6개월 동안 열린다. 대규모 종합 박람회가 일본에서 열리는 것은 1970년 오사카 박람회 이후 처음이다.
1만년전 얼음속 매머드 등 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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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기술 전시장=언론과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사전공개 행사가 열린 19일 사람들의 발길이 가장 많이 몰린 곳은 일본 기업들의 전시관이었다. 본사가 아이치현에 있어 박람회를 주도하고 있는 도요타자동차 전시관에선 ‘인간형’ 로봇 7대로 구성된 로봇밴드가 트럼펫·튜바 등 금관악기를 불고 드럼을 두드리며 연주를 하며, 디제이로봇은 랩을 하기도 한다. 연주가 끝나면 일인승 미래자동차 ‘아이 유닛’, 사람이 타고 방향·속도를 조종하는 로봇 ‘아이 푸트’가 등장해 눈을 즐겁게 한다.
히타치관은 최첨단 영상기술로 현실과 가상공간을 결합해 멸종위기 희귀동물들의 사실감 넘치는 영상을 제공한다. 미쓰이·도시바관은 입체 스캐너를 활용해 관람객의 얼굴 정보로 컴퓨터그래픽을 만든 뒤 영상물에 출연시키는 기술을 선보인다. 제이알도카이는 초대형 화면을 통해 시속 500㎞로 달리는 초전도 자기부상열차의 스피드를 실감케 한다. 이밖에도 안내·청소·운전 로봇과 세계 최초의 360° 완전구형 영상시스템 등을 만날 수 있다.
박람회가 자랑하는 또다른 볼거리로는 ‘글로벌 하우스’에 전시된 냉동 매머드를 들 수 있다. 시베리아 얼음 속에서 발굴한 1만년 전의 매머드를 세계 최초로 영하 15℃에서 실물 그대로 전시한다. 인기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의 배경인 ‘사쓰키와 메이의 집’도 재현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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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접목=박람회 주제가 보여주듯 다른 박람회에 비해 훨씬 환경친화형이다. 박람회장 안의 포장도로 건설을 줄이기 위해 나무로 2.6㎞의 공중회랑을 만들었다. 회장 사이를 잇는 연료전지 하이브리드 버스와 트램, 압축천연가스를 쓰는 차세대 자동차, 자전거 택시 등 이동수단은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한 것들이다. 회장과 인근역 사이는 자기부상식 리니어 모터카가 방문객을 실어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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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공식 개막을 앞두고 19일 사전공개된 ‘2005 아이치 지구박람회’를 관람하기 위해 아이치현 주민들이 아침 일찍부터 대회장 입구에서 길게 줄을 늘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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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풀을 담은 상자 1500개를 엮어 신선한 산소를 내뿜는 ‘바이오 렁’도 설치했다. 외관을 대나무로 만든 일본관, 빛·물·바람이 퍼포먼스를 연출하는 높이 47m의 대지의 탑, 삼림체험을 할 수 있는 자연학교, 자연을 주제로 한 각종 영상물은 환경친화를 강조한 것들이다.
이번 박람회는 최초의 시민참가형이라는 특징도 있다. 세토회장은 시민단체들이 꾸민 독특한 전시관이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는 환경·평화·복지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한 200여개의 시민 프로젝트가 마련돼 있다.
한일 냉각기류 영향끼칠까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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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람회의 그늘=애초 ‘개발형’ 산업박람회로 출발한 아이치 박람회는 시민·환경단체들의 거센 반발과 국제박람회사무국의 비판에 부닥쳐, 주 전시장 터를 ‘가이쇼 숲’에서 인근 청소년공원으로 옮기고 전시장 면적도 30% 정도 줄였다. 그렇지만 이달 초 일본자연보호협회 등 대표적 환경단체 3곳이 멸종위기 미꾸라지의 서식환경 파괴를 둘러싸고 주최 쪽과 이견을 좁히지 못해 참가를 거부했다.
정보유통이 활발하지 않았던 산업화 시대의 산물인 박람회는 지역경제나 건설업계에만 이익이 되는 관광상품으로 바뀌었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박람회의 효용성에 회의적이던 미국은 일본의 끈질긴 설득 끝에 참가한 126개국 가운데 122번째로 합류를 결정했다.
개막을 6일 앞둔 19일 기술장애로 인한 도요타관 로봇공연 중단, 관람객 초과 탑승에 따른 리니어 모터카 운행 중단, 중국 등 여러 나라 전시관의 미개장, 검사 강화에 따른 입장 지연 등이 잇따랐다. 시마네현의 조례 제정 이후 한-일간의 냉각된 분위기 때문에 가장 많은 외국인 관람이 예상됐던 한국인 관광객이 얼마나 찾을지에 대해 행사 관계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주최쪽 예상대로 1500만명이 관람한다면 하루 8만여명 꼴이지만 도요타관과 매머드 전시관 등의 하루 입장 인원은 1만여명이며, 아침부터 나눠주는 입장권은 일찍 동이 난다. 박람회 ‘공략’을 위해선 홈페이지(
www.expo2005.or.jp ) 정보를 바탕으로 전략을 미리 짜놓을 필요가 있다.
가쿠테/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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