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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31 19:54 수정 : 2020.01.01 02:38

성조기 불태우는 이라크 반미 시위대 12월30일(현지시각) 이라크의 시리아 국경 인근 마을 카임에서 반미 시위대가 미국 국기인 성조기를 불태우며 전날 미군의 이라크 내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 군사시설 공습을 비난하고 있다. 나자프/AFP 연합뉴스

31일 대사관 몰려가 불 지르고…총성도 들려
“미국에 죽음을” 외쳐…대사와 직원 급히 피신
이틀 전 미국의 친이란 민병대 KH 폭격에 항의

성조기 불태우는 이라크 반미 시위대 12월30일(현지시각) 이라크의 시리아 국경 인근 마을 카임에서 반미 시위대가 미국 국기인 성조기를 불태우며 전날 미군의 이라크 내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 군사시설 공습을 비난하고 있다. 나자프/AFP 연합뉴스
미국이 군사작전을 벌여 이라크의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 카타이브 헤즈볼라(KH)를 폭격한 것에 항의하는 이라크 시위대 수천명이 바그다드에서 미국 대사관 진입·점거를 시도했다. 시위 진압 도중 최루가스가 발사되고 총성까지 들렸으며, 미국 대사와 직원들은 급히 피신했다. 중동에서 미 대사관이 습격당한 일은 전례가 없다.

12월31일 <에이피>(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수천명의 성난 이라크 시위대가 미군 폭격으로 사망한 카타이브 헤즈볼라 조직원의 장례식을 치른 뒤 반미 구호를 외치면서 거리행진을 하던 중 바그다드 주재 미 대사관 쪽으로 몰려가 대사관에 들어가려 했다. 일부 시위대는 대사관 벽에 붙어 있던 감시카메라와 정문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가려 했고, 공관 경비병들이 쓰는 트레일러 3대에 불을 지르고 대사관 안에 돌을 마구 던졌다. 난입 점거 시도가 이어지는 와중에 최루가스가 발사되고 총성도 울렸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폭력시위가 일어난 지 몇 시간 뒤에 30여명의 이라크 군인을 태운 장갑차 몇 대가 출동해 진압에 나섰지만 시위대 가까이 가지는 못했고, 이때 대사관 경비병들이 시위대에게 폭동 진압용 섬광수류탄을 발사하기도 했다.

미국 대사와 직원들은 시위대의 기세에 놀라 급히 피신했다. 대사관 경비병들도 공관 안쪽으로 피했다. 다수가 민병대 복장을 한 시위대는 대사관 외벽에 노란색 카타이브 헤즈볼라 깃발을 내걸고 성조기를 불태웠다. <에이피> 통신은 시위대가 “미국은 침략자”라고 쓴 펼침막을 내걸고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라고 외쳤다고 보도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시위대는, 미군이 이라크에서 철수하도록 이라크 의회가 명령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그렇지 않으면 자신들이 몰아내겠다고 외쳤다”고 보도했다.

시위대는 친이란 민병대 카타이브 헤즈볼라를 지지하는 시민과 조직원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대사관저의 주차장 근처 안내데스크 쪽에서 불길이 치솟아올랐고, 미군 대여섯명이 대사관 지붕으로 올라가 사태 동향을 파악하며 시위대에 총을 조준하는 모습도 보였다. 시위대 중에 확성기를 든 한 남성은 “우리가 내건 요구사항은 미 대사관 쪽에 이미 전달됐다”며 대사관 진입은 하지 말자고 설득하기도 했다. 아딜 압둘마흐디 이라크 총리는 관영 미디어에서 “시위대는 즉각 미 대사관을 떠나라”고 촉구했다.

앞서 미국은 27일 미군이 주둔한 이라크 키르쿠크의 군기지에 로켓포 30여발이 떨어져 미국 민간인 1명이 죽고 미군 여러 명이 다치자, 공격 배후를 카타이브 헤즈볼라로 지목하고 29일 이 조직이 암약 중인 이라크와 시리아 국경지대 기지 5곳을 전투기로 보복 폭격했다. 이 공격으로 카타이브 헤즈볼라 조직원 4명 등 25명이 숨지고 50여명이 다쳤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31일(현지시각)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은 이란의 공격에 단호히 대처하겠다”며 미군 기지에 대한 로켓포 공격 주범으로 이란을 지목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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