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0.18 08:24
수정 : 2019.10.18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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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오른쪽)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각) 터키의 시리아 북부 공격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앙카라의 대통령궁에서 만나고 있다. 앙카라/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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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스 미 부통령,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만난 뒤 발표
시리아 북동부서 쿠르드민병대 철군하면 공격 종결
미, 터키에 추가제재 않고 영구휴전시 기존 제재도 철회
트럼프, “미국, 터키, 쿠르드에 위대한 날” 자축
미 언론에선 “터키 원하는 것 다 줘”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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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오른쪽)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각) 터키의 시리아 북부 공격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앙카라의 대통령궁에서 만나고 있다. 앙카라/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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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북동부의 쿠르드족을 공격한 터키가 5일 동안 휴전하기로 했다고 터키를 방문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17일(현지시각)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외교적 승리’로 자찬했지만, 뒤늦게 중재에 나선 데다 ‘터키가 원하던대로 다 해줬다’는 비판도 나온다.
펜스 부통령은 터키 수도 앙카라의 대통령궁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면담한 뒤, 미국이 시리아 북동부에 있는 쿠르드 민병대(YPG)의 철군을 돕는 동안 터키가 120시간, 즉 닷새간 군사공격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터키가 공격을 잠시 멈출테니 쿠루드 민병대는 터키 국경부터 시리아 쪽으로 32㎞ 지점까지 뻗어있는 안전지대의 바깥으로 나가라는 것이다.
펜스 부통령은 “쿠르드 민병대의 철군이 종료되면 터키의 군사작전은 완전히 멈출 것”이라며 “미국은 이미 쿠르드 민병대가 주축을 이룬 시리아민주군(SDF)과 접촉 중이고, 그들의 안전한 철수를 돕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또한 터키에 새로운 경제 제재를 하지 않기로 했으며, “영구적 휴전”이 발효하면 지난 14일 부과한 제재도 철회하기로 합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시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과 터키에 급파된 펜스 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이 합의는 폭력을 끝낼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를 이곳에 보낸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이번 합의는 휴전이 아니라 군사작전 중단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쿠르드 민병대가 빠져나간) 안전지대는 터키 군이 지휘하기로 합의했다”며 “잠시 쉬는 게 우리 군의 철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계속 거기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합의 내용은 지난 8월 미국과 터키가 안전지대 설치에 합의한 이후 터키가 요구해온 사항을 미국이 수용한 결과다. 차우쇼을루 장관은 “우리 (에르도안) 대통령의 능숙한 지도력의 결과로,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었다”고 자평했다. <악시오스>는 “이번 합의는 제재 철회, ‘쿠르드 민병대 없는 안전지대 지지’ 등 터키가 원하는 것을 줬다”고 지적했다.
시리아 북부에서의 미군 철수 결정으로 터키에 이 지역 공격의 길을 터줬다고 비난 받아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합의를 자찬했다. 그는 이날 기자들에게 “미국, 터키, 쿠르드에 위대한 날”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위터에도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고맙다. 수백만의 목숨을 구하게 될 것!”이라고 적었다. 또 “이 합의는 사흘 전에는 결코 만들어질 수 없던 것”이라며 “그걸 이뤄내기 위해서는 약간의 ‘터프한’ 사랑이 필요했다. 모든 이들에게 잘 됐다. 모두 자랑스럽다”고 적었다. 그가 언급한 ‘터프한 사랑’은 터키의 시리아 북동부 공격 개시 직후 자신이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터프가이가 되지 마라. 바보가 되지 마라”며 경고하고, 최근 경제 제재를 부과한 것 등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합의에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미 정가의 비판은 계속됐다. 여당인 공화당의 밋 롬니 상원의원은 상원 연설에서 “오늘의 발표는 승리로 묘사되고 있지만 승리와는 거리가 멀다. 갑작스러운 시리아 미군 철수 결정과 그 배경에 대한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휴전 합의가 미국의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을 도왔던 쿠르드족을 미국이 버렸다는 사실을 바꾸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과 민주당읜 반 홀렌 상원의원은 이날 합의에도 에르도안 대통령을 믿을 수 없다며 터키 제재 법안을 예정대로 발의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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