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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11 18:19 수정 : 2019.10.12 07:12

노르웨이 노벨평화상위원회 발표
‘에리트레아 독립·영토’ 둘러싼
반세기 유혈참극 마침표 찍어

2019년 노벨 평화상의 영예는 접경국 내 분리독립 세력과의 오랜 분쟁을 종식시킨 에티오피아의 아비 아머드 알리(43) 총리에게 돌아갔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 선정과 시상을 주관하는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10일(현지시각) 수상자 발표에서 “아비 아머드 알리 에티오피아 총리는 평화와 국제 협력을 달성하려는 노력, 특히 이웃나라인 에리트레아와의 국경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결정적이고 진취적인 결단을 보여줬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이 상은 에티오피아와 아프리카 동북부 지역의 평화와 화해를 위해 노력하는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노력을 인정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노벨위원회가 알리 총리를 선정한 것은 19~20세기 중반까지 아프리카 전역에서 자행된 유럽 제국주의 열강들의 식민통치에서 비롯한 현지의 민족 갈등과 국경 분쟁의 평화적 해결노력에 큰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아비 총리는 이날 노벨위원회와 통화에서 “매우 행복하고 감격스럽다. 이 상은 아프리카와 에티오피아에 주는 상이다”며, “아프리카의 다른 지도자들이 우리 대륙에 평화를 건설하는데 이 상을 긍정적으로 여길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등 외신이 보도했다. 노벨 평화상은 “국가간의 우호 증진, 상비군의 폐지·감축, 평화 유지와 증진에 크게 공헌한 인물”에게 주어진다. 1901년 제정 이래 올해까지 107명의 개인 및 24개 단체가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며, 에티오피아인이 노벨상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수상자인 알리 총리에게는 오는 12월10일 시상식에서 900만크로나(약 10억9천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알리 총리는 에티오피아와 접경국 에리트레아의 분리독립 세력 사이에 벌어진 오랜 갈등과 유혈 분쟁을 끝내고 평화와 공존의 주춧돌을 놓은 공로를 인정받았다. 2018년 4월 총선에서 승리해 집권한 알리는 에티오피아 좌파 정치세력 연합인 ‘에티오피아 인민혁명 민주전선’의 의장이자, 여기에 참여한 오로마 민주당의 대표다. 아프리카 55개국에서 최연소 정치지도자다.

그는 총리직에 오른지 다섯 달만인 지난해 9월 에리트레아의 이사이아스 아페웨르키 대통령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만나 평화협정에 서명했다. 두 나라는 외교 관계를 복원했고, 항공편 운항도 재개했다. 이로써 ‘아프리카의 뿔’로 불리는 아프리카 동북부의 앙숙이었던 두 나라는 2년간의 전면전(1998~2000)과 이후의 크고 작은 충돌까지 20년에 걸친 무력 분쟁과 적대 관계를 공식적으로 끝냈다.

2018년 7월15일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수많은 군중이 환호하는 가운데, 아비 아머드 알리(2019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오른쪽 둘째) 에티오피아 총리와 이사이아스 아페웨르키 에리트레아 대통령이 손을 맞잡아 치켜올리고 있다. 두 사람은 이날 양국 간의 오랜 적대적 분쟁에 종지부를 찍는 평화협정에 서명했다. 아디스아바바/AP 연합뉴스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의 해묵은 국경분쟁은 20세기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과 함께 에티오피아는 식민지 강점국 이탈리아로부터 독립하면서 에리트레아를 자신들의 영토로 주장했고, 1952년에는 정식으로 합병해버렸다. 이에 반발한 에리트레아의 분리독립 세력은 1961년부터 1991년까지 무려 30년에 걸친 독립전쟁을 벌였고, 양쪽에서 최소 14만~15만명의 군인과 11만여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는 참극이 이어졌다.

이 와중에 에티오피아에선 1974년 사회주의 무장 정치세력이 왕정을 전복하는 쿠데타를 일으켜 1991년까지 17년 동안 내전이 벌어졌다. 이때, 알리 현 총리가 참여하던 ‘에티오피아 인민혁명 민주전선’이 에리트레아 좌파 조직인 ‘에리트레아 국민해방전선’의 지원에 힘입어 승리하면서 권력을 장악했다. 2년 뒤인 1993년, 에리트레아는 에티오피아의 국민투표를 통해 독립을 얻었다. 그러나 그 뒤로도 두 나라는 불분명한 국경을 놓고 영토 다툼을 벌여 왔다. 갈등은 다시 1998~2000년 전면전으로 번져 양쪽에서 7만명가량이 숨졌다.

반세기 동안 이어진 양쪽의 유혈 충돌은 2018년 4월 취임한 아비 총리의 화해 노력으로 물줄기가 바뀌었다. 에리트레아의 이사이아스 아페웨르키 대통령도 에티오피아 쪽과의 종전·평화 회담에 적극적이었다. 노벨위원회가 알리 총리를 수상자로 선정하면서도 아페웨르키 대통령의 공로도 높게 평가한 이유다.

아페웨르키 대통령은 에리트레아가 독립하기 전 ‘에리트레아 국민해방전선’의 지도자였다. 앞서 에티오피아 내전 당시, 알리 총리가 이끌고 있는 ‘에티오피아 인민혁명 민주전선’을 도왔던 바로 그 조직이다. 에피오피아 내전 시기의 인연이 양국간 평화협정의 실마리가 된 셈이다.

노벨위원회는 10일 “평화는 한쪽 당사자만의 행동으로는 일어설 수 없다. 아페웨르키 대통령은 아비 총리가 내민 손을 잡고 양국 평화 프로세스가 공식화하는 것을 도왔다. 평화협정이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 전 국민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알리 총리는 자국의 무력분쟁을 교훈 삼아 한반도 평화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알리 총리는 지난 8월 한국을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문 대통령의 의지와 한국 정부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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