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0.09 08:45
수정 : 2019.10.09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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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레미 파월 미 연준 의장이 18일(현지시각) 이틀 동안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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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중앙은행 보고서…1960∼2015년 FOMC 성향 분석
“지명 대통령·출신대학 이데올로기·어릴 적 경험이 주요 변수”
글로벌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이 미국 내 정치와 이데올로기의 영향을 깊이 받고 있다는 점이 학술연구로 확인됐다.
9일 프랑스 중앙은행이 기관지에 게재한 연구 보고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이 매파나 비둘기파인 까닭'에는 이 같은 추론을 뒷받침할 통계 조사결과가 포함돼있다. 보고서가 1960년부터 2015년까지 FOMC 위원을 지낸 이들 130명의 재임 때 성향을 평가한 결과 매파는 39%, 비둘기파는 30%, 두 성향을 오간 '박쥐'는 24%로 파악됐다. 나머지는 재임 기간에 뚜렷한 성향이 노출되지 않았다. FOMC 위원들의 성향을 판별하는 잣대로는 연설이나 기고, 증언, 정책 투표, 언론보도 등이 사용됐다. 통화정책 결정에서 매파는 물가 안정을 중시해 긴축을, 비둘기파는 고용 촉진을우선시해 완화를 선호하는 인물을 뜻한다.
일단 매파와 비둘기파의 비중은 지명한 대통령이 공화당이냐 민주당이냐에 따라눈에 띄는 차이를 보였다.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FOMC의 위원 12명 가운데 7명은 대통령이 지명하는 연준 이사다.
공화당 출신 대통령이 고른 FOMC 위원들 가운데는 매파가 35%, 비둘기파가 43%였다. 그러나 민주당 출신 대통령이 선택한 위원들에서는 매파가 19%로 줄고 비둘기파가 65%로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
민주당 행정부는 완화정책, 공화당 행정부는 긴축정책을 선호한다는 인식이 일부 입증된 셈이다. 다만 공화당 대통령이 고른 위원 중에서도 매파보다 비둘기파가 많은 실태는 미국 대선, 의회 인준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공화당 대통령도 재선하려면 경기를 띄우고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에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고, 상원의 인준 청문회를 통과하려면 여야가 모두 좋아하는 인물을 골라야 한다는 것이다.
FOMC 위원 5자리는 미국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들이 맡고 있다. 이들은 각 지역 연은의 이사회에서 선출되는 만큼 대통령의 정당과 상관관계가 아닌 지역 특색을 드러냈다. 필라델피아,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들에는 비둘기파, 클리블랜드, 댈러스, 뉴욕, 세인트루이스에는 매파, 애틀랜타와 캔자스시티에는 박쥐의 비율이 높았다. 대통령의 정파와 지역 특색 외에 FOMC 위원들의 성향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변수는 출신 학교였다. 박사학위를 받은 대학이 통화주의 색채가 있는 시카고대, 로체스터대, UCLA 등 이른바 담수파(freshwater)의 영향권인 경우 매파의 비율은 69%로 비둘기파 15%를 압도했다.
반면 하버드대, 예일대, 버클리대, MIT 등 케인스 학설을 추종하는 해수파(saltwater) 권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위원 가운데는 비둘기파가 41%로 매파 28%보다 많았다.
위원들의 어린 시절 경험도 통화정책 성향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출생연도가 대공황 전인 1892∼1928년인 경우 매파의 비율은 53%로 비둘기파 25%보다 훨씬 많았다. 그러나 출생연도가 대공황인 1929∼1939년인 경우에는 비둘기파가 35%로 매파 24%를 앞질렀다. 청년기인 18∼25세에 1, 2차 세계대전이나 대공황을 겪은 경우에는 매파가 비둘기파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통화정책은 위원들의 심사와 투표로 결정되기에 구성원이 누구인지 성향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FOMC에서는 정치인들의 선택, 교육에 따른 이데올로기, 젊은 시절의 경험이 통화정책 성향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로 주목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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