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9.25 18:07
수정 : 2019.09.25 20:12
|
스콧 모리슨 오스트레일리아 총리(왼쪽)가 지난 22일 오스트레일리아 자본이 투자돼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문을 연 공장 준공 기념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
미-중 사이에 낀 오스트레일리아의 고민
해킹 ‘중국 소행’ 결론 내리고도 발표 못해
갈수록 심화하는 대중국 경제 의존도
|
스콧 모리슨 오스트레일리아 총리(왼쪽)가 지난 22일 오스트레일리아 자본이 투자돼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문을 연 공장 준공 기념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하고 있는 오스트레일리아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군사·안보는 미국에, 경제·무역은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터라 주요 현안에 ‘줄서기’를 강요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고민의 뿌리에는 갈수록 심화하는 ‘대중국 경제 의존도’가 있다.
총선을 석달여 앞둔 지난 2월 오스트레일리아 의회와 자유당·노동당 등 주요 3개 정당이 사이버공격(해킹)을 당했다. 정보당국은 곧바로 조사에 착수했지만, 구체적인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16일 “사이버공격 발생 직후 실시한 조사에서 정보당국은 과거 중국 쪽이 주로 사용한 공격 방식이란 결론을 내렸다. 그럼에도 미국·영국 등 우방국과 정보를 공유했을 뿐 공개적으로 중국을 비판하지 않았다. 중국과 외교적 마찰이 생길 것을 우려한 탓”이라고 전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정보당국의 석연찮은 대응은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비중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해 오스트레일리아 전체 교역량의 24.4%, 수출의 30.6%를 차지한 최대 교역국이다. 2대 교역국인 일본(9.7%)에 견줘 교역 규모가 2.5배나 될 정도로 독보적이다. 특히 오스트레일리아의 5대 수출 품목인 △철광석 △석탄 △교육 관련 여행·서비스 △천연가스 △교육 제외 여행·서비스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비중은 압도적이다. 오스트레일리아 전략정책연구소(ASPI)는 지난 3일 보고서에서 “지난 6월 무역통계 집계 결과 전체 수출액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40%를 넘어섰다”고 전했다.
중국 경제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둘러싼 오스트레일리아의 우려는 크게 세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중국 경제의 급격한 침체로 인한 상품·서비스 수요의 급속한 감소다. 민간 싱크탱크 ‘차이나 매터스’는 지난달 말 보고서에서 “고속성장하던 중국 경제가 급격히 둔화되면서 ‘경착륙’에 빠지면 오스트레일리아 국내총생산(GDP)이 3~5%포인트 하락하고, 55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둘째, 중국이 경제 성장의 초점을 투자에서 소비로 바꾸는 경우다. 그러면 오스트레일리아 전체 수출의 3분의 1을 넘어서는 △철광석(15.2%) △석탄(15%) △천연가스(7.7%) 등 천연자원에 대한 중국의 수요가 급격히 줄면서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셋째, 중국이 경제·무역을 외교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단순한 우려가 아니다. 지난 2월 중국은 랴오닝성 다롄항에서 통관 절차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오스트레일리아산 석탄 반입을 사실상 금지한 바 있다. 당시 중국 외교부 쪽은 “통상적인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치적 이유’가 있을 것이란 게 시장의 판단이었다. 실제 중국과 오스트레일리아의 관계는 2017년 이후 지속적으로 악화해왔다. 지난해 8월에 오스트레일리아가 미국의 요청에 따라 중국 화웨이의 ‘5세대 이동통신’(5G) 사업 참여를 배제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석탄 통관 절차 강화는 중국의 ‘경고 메시지’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중국만 바라볼 순 없는 상황이 오스트레일리아의 고민을 더한다. 지난달 시드니를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국익’을 강조한 머리스 페인 오스트레일리아 외무장관의 발언에 “콩 한더미를 수출하기 위해 영혼을 팔 수도 있겠지만, 그와 반대로 국민을 보호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