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9.05 16:12
수정 : 2019.09.05 20:00
|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 워싱턴/ 로이터 연합뉴스
|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에 미 국방부 127건 36억 달러 전용
독일 4억7천만 달러 등 해외 19개국 18억4천만 달러
미국에선 본토·괌·푸에르토리코 등 17억6천만 달러
소식통 “전세계에 걸친 결정…한국에 비용전가할 구조 아냐”
|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 워싱턴/ 로이터 연합뉴스
|
미국 국방부가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에 예산을 전용하기로 한 국내외 군사시설 사업들에 경기 성남의 한미연합사령부 전시지휘통제소인 ‘시피(CP) 탱고’(1750만달러)와 군산 공군기지 무인기 격납고(5300만달러)가 포함됐다.
미 국방부는 4일(현지시각) 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국내외 집행연기 사업 목록을 공개했다. 국방부는 국내외 127건의 프로젝트 예산 36억달러를 175마일의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에 전용하기로 했다. 이 중 절반은 미국 내 미군시설 사업 예산에서, 나머지 절반은 해외의 미군시설 예산에서 조달한다.
모두 18억3675만 달러의 예산을 전용하기로 결정된 해외 국가는 19개(국가 특정 안 된 2곳 제외)다. 전용되는 금액이 가장 큰 나라는 독일로, 8곳의 시설에서 4억6755만달러의 예산이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에 투입된다. 일본은 요코스카 해군기지 등 5곳에서 4억568만달러, 영국은 4곳에서 2억5057만달러가 전용된다. 주한미군 시설에서는 시피 탱고와 군산 무인기 격납고 관련 예산 총 7050만달러(약 846억원)가 멕시코 장벽에 투입된다. 이밖에 그리스, 노르웨이, 폴란드, 스페인, 터키 등의 미군 시설이 포함됐다.
미국에서는 미 본토와 괌, 푸에르토리코, 버진아일랜드 등 미국령의 군사기지 사업 예산 17억6324만달러가 장벽에 쓰인다.
미 국방부의 이같은 예산 전용 결정은 지난 2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 국경 지역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의회의 승인 없이 국방예산을 장벽 건설에 투입할 수 있도록 한 데 따른 것이다.
이번 결정은 이달 중 시작될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앞두고 이뤄져, 미국이 시피 탱고 등 해당 예산을 한국 정부로 부담지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조너선 호프먼 미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3일 “(예산 전용 결정은) 미 의회가 관련 예산을 복원할지 여부를 결정하고, 우리의 동맹 및 파트너들과 함께 비용 분담 개선을 논의할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미국이 예산 전용에 따른 비용 부담을 한국으로 전가할 구조가 아니고, 그럴 움직임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며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의 관련성에 선을 그었다. 그는 “미 국방부의 결정은 전세계에 걸친 것이고, 한국은 오히려 전용 예산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며 최근의 한-미 동맹 균열 논란과도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국방부 당국자도 “미 국방부가 언론에 발표하기 전에 관련 내용을 공식적으로 알려왔다“며 “해당 사업 관련 예산은 미국의 자체 예산이며,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미국의 자체 군사 건설 사업 예산이다. 우리 국방부는 미국 쪽과 긴밀히 협의해 전투태세 준비에 영향이 없게 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노지원 기자
jaybee@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