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8.27 15:19
수정 : 2019.08.27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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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각)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주요 7개국 정상회의(G7) 폐막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비아리츠/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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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관세 인상 협박하고 시진핑 “적”이라던 트럼프
“중국에서 전화 왔다”며 “협상 테이블로 복귀할 것”
증시 안도…9월1일 중국에 관세 부과할지 주목
오락가락 행태 지적에 트럼프는 “미안, 이게 내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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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각)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주요 7개국 정상회의(G7) 폐막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비아리츠/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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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전쟁 긴장도를 한껏 끌어올리다가 “중국에서 전화를 받았다”며 협상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였으나, 미-중 무역전쟁의 장기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위협과 반전, 혼선으로 세계 경제를 출렁이게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방식에 대한 피로감도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프랑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26일 여러 양자 정상회담과 폐막 기자회견 등에서 “중국이 어젯밤에 우리 쪽 무역 고위 인사들에게 전화를 걸어와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자’고 했다”며 “그래서 우리는 테이블로 복귀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류허 중국 부총리가 이보다 몇시간 전에 충칭에서 열린 행사에서 “우리는 냉정한 태도로 협상과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길 원한다”고 밝힌 점을 언급하면서 “나도 차분한 해결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들이 ‘중국에 대한 관세 인상을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것도 가능하냐’고 묻자 “뭐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는 그 전까지 그가 보여온 태도와 정반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중국이 미국산 제품 750억 달러 규모에 5~10%의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자 즉각 최고 30%의 ‘보복관세’ 방침을 발표하며 반격했다. 또 미국 기업들에게 중국 철수를 압박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월요일 개장을 앞두고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유화적 발언에, 지난주 하락한 뉴욕증시는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가 1.05% 상승으로 마감하는 등 공포감을 일부 걷어냈다. 미-중이 추진해온 9월 중 워싱턴 고위급 협상이 예정대로 진행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9월1일로 예고한 중국산 제품 3000억 달러 규모에 대한 관세 부과를 예정대로 할지, 유보할지가 첫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세계 패권 다툼 성격까지 지닌 미-중 무역전쟁이 단시간에 해결될 것으로 보기엔 이르다. 오히려 극과 극을 오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태가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흘 전 “적”으로 언급한 시 주석을 26일엔 “위대한 지도자”로 칭하면서 “시 주석에 위대한 존경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5일 기자들이 ‘미-중 무역전쟁 고조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냐’고 묻자 “물론이다. 그게 낫다”고 답해 공세를 낮추는 것으로 해석됐으나, 그 직후 백악관은 이 발언이 ‘관세를 더 높이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는 의미라고 정정하며 혼란을 키웠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서 받았다는 “여러 통의 전화”를 두고도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해당 전화 통화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밝혀, 사실 여부에 대한 의문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미 허드슨연구소의 마이클 도런 선임연구원은 <뉴욕 타임스>에 “카드를 가슴에 품고 상대방이 추측하도록 하는 것은 장점이 있지만 트럼프 모델의 문제는 그 전술을 극단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라며 “사람들은 그를 언제 믿어야 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서 기자들이 이같은 오락가락 행태를 불안정성 요인으로 지적하자 “미안하지만 그게 내가 협상하는 방식”이라고 답했다. 앞으로도 계속 전세계가 ‘트럼프 리스크’를 감당해야 할 상황이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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