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8.25 20:17
수정 : 2019.08.25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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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5일(현지시각) 주요 7개국(G7) 회의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비아리츠/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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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무슨 일 일어날지 보겠다”
국무부·국방부의 “강한 우려와 실망” 논평보다 절제된 반응
미 전문가 “트럼프, 다른 분야에서 한국에 압박 높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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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5일(현지시각) 주요 7개국(G7) 회의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비아리츠/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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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보겠다”고 말했다. 국무부 등의 강경한 논평보다는 절제된 반응이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이번 결정을 계기로 정부에 다른 형태의 압박을 키울 것이라는 우려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현지시각) 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려고 프랑스를 향해 백악관을 떠나기에 앞서 기자들이 ‘한국이 일본과의 군사정보 합의를 종료했다. 이것이 걱정되느냐’고 묻자 “글쎄…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보려고 한다”고 답변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 또한 나의 매우 좋은 친구”라며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답변 직전에 일본과 관련한 질문에 “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주요 7개국 회의에서) 만나려고 한다. 그걸 고대하고 있다”며 “그는 대단한 신사다. 그는 내 훌륭한 친구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매우 좋은 친구”라는 발언은 이 답변에 뒤이어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그동안 한-일 갈등에 대해 “두 나라는 늘 싸운다. 우리(미국)가 힘든 상황이 되니 동맹들끼리 잘 지내기 바란다”고 말해왔지만 이날은 발언을 최소화했다. 전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실망했다”고 말하고, 국무부와 국방부가 “문재인 정부의 심각한 오해” “강한 우려와 실망”이라고 논평하는 등 행정부 차원에서 이례적으로 불만 표출의 수위를 높인 것과 대조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즉각 한·일 어느 한쪽을 공개적으로 두둔하거나 비난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일단 자제한 모습이다.
하지만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놓고 미국 행정부의 분위기는 매우 싸늘하다. 미국은 한-일 지소미아를 중국·북한·러시아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요소이자 한-미-일 3각 협력의 상징으로 여기며 한국 정부에 이를 종료하지 말 것을 요청해왔다. 미국은 특히 청와대가 발표 초기에 “미국도 이해했다”고 언론에 설명한 것을 행정부 고위 인사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나설 정도로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는 다른 분야에서 ‘비싼 청구서’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래리 닉시 한미연구소 연구원은 <미국의 소리>에 “문 대통령의 위안부 합의 파기와 이후 취한 행동들은 일본만이 아닌 미국에 맞선 것”이라며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부분들에 압박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 9월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제11차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에서 한국의 협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지난 3월 한·미는 올해 한국이 부담할 방위비 분담금을 지난해보다 8.2% 인상된 1조389억원으로 합의했는데, 미국은 내년도 분담금을 이보다 대폭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일본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25일(현지시각) 주요 7개국 회의를 계기로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일-미-한 3국 연계의 중요성을 확인했다”며 “한-일 지소미아 종료와 관련된 구체적 협의는 없었다”고 전했다.
또한 두 정상은 회담 시작 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와 관련해 이견을 드러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소식에 대해 “기분이 좋지는 않다”면서도 “김정은(국무위원장)이 합의를 위반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아베 총리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며 “극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워게임’(한-미 연합훈련)을 하기 때문에 김정은이 화가 난 것”이라며 “나도 워게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나는 사람들에게 ‘그것(워게임)은 완전히 돈 낭비’라고 말해왔다”고 덧붙였다.
워싱턴 도쿄/황준범 조기원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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