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8.22 19:01
수정 : 2019.08.22 19:56
‘2019~2029 경제 전망’ 보고서
“GDP 내년까지 0.3% 줄어들 것”
재정적자 첫 1조달러 돌파 예상도
트럼프 “나는 선택받은 사람”
중국과의 무역전쟁 지속 의지
관세를 무기로 삼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이 경제성장률 둔화 등 미국에 피해를 입힐 것이라는 미 의회예산국(CBO)의 경고가 나왔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선택받은 사람”을 자처하며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지속해나갈 뜻을 밝혔다.
미 의회예산국은 21일(현지시각) ‘2019~2029년 예산·경제 전망 업데이트’ 보고서에서 “2018년 1월 이후 미국과 외국의 무역정책 변화가,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국내총생산(GDP)을 2020년까지 0.3% 감소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구당 평균 실질소득은 0.4%(580달러)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5월부터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며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나머지 3천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도 9월부터 10%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혔으며, 휴대전화와 랩톱(노트북) 등 일부 품목의 관세 부과는 12월15일로 미룬 상태다.
의회예산국은 “관세는 주로 국내 가격을 인상시켜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감소시키고 기업 투자비용을 증가시켜 국내총생산을 떨어뜨린다”며 “무역 장벽이 높아지거나 그에 대한 우려가 증가한다면 국내 투자와 생산은 계획보다 더 느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회예산국은 또 미 연방정부의 재정적자가 9월30일 끝나는 2019회계연도에 9600억달러에 이르고, 내년에는 처음으로 1조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기관이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앞으로 10년간(2020~2029년) 재정적자가 8090억달러 늘어나 1조2천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재정적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부터 시행한 감세가 가장 큰 원인이며, 재해와 국경안보 지출 증가도 주요인이다.
의회예산국의 보고서는 최근 미국에서 경기침체 전망이 높아지는 가운데 나왔다. <시엔엔>(CNN)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미국 경제 상황이 좋다’는 응답이 5월 조사 때보다 5%포인트 낮아진 65%로 나타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성전’ 수준으로 언급하면서 투지를 보였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이건 트럼프의 무역전쟁이 아니라 많은 대통령들이 오래전에 해야 했던 무역전쟁”이라며, 하늘을 옆으로 올려보면서 “누군가는 해야 했다. 나는 선택받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무역전쟁을 신이 자신에게 부여한 소임으로 여기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그는 다만 급여세와 자본소득세 인하 등 추가 감세에 대해서는 전날 “검토하고 있다”던 태도를 바꿨다. 그는 “나는 지금 감세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 우리는 그게 필요하지 않다”며 “우리는 강한 경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감세 검토’ 언급이 오히려 경기침체 우려를 고조시키는 혼란스러운 메시지라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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