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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14 15:25 수정 : 2019.07.14 20:46

킴 대럭 전 주미 영국대사(왼쪽)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의 행정부를 혹평한 외교 보고서 누출 사건의 파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킴 대럭 전 대사, 미국의 핵합의 파기 직후
본국에 “오바마에 대한 트럼프 악감정” 보고
“외교적 파괴…미, 핵합의 이행 전략 없다”

영 경찰 “추가보도 말라”…헌트 “언론자유 지지”
가디언, “존슨 총리 후보가 트럼프의 푸들” 우려

킴 대럭 전 주미 영국대사(왼쪽)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의 행정부를 혹평한 외교 보고서 누출 사건의 파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를 혹평한 영국 외교 보고서 유출이 파문을 낳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 합의 탈퇴는 전임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한 앙심 때문이란 분석이 추가로 폭로됐다.

문제의 외교 전문을 첫 보도했던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은 13일, 미국이 이란 핵 협정을 파기한 직후인 지난해 5월 킴 대럭 전 주미 영국대사가 작성한 메모를 추가 보도했다. 이 문건은 당시 외교장관이던 보리스 존슨이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 핵 합의 유지를 촉구하고 귀국한 뒤 작성된 것이다. 대럭 전 대사는 2017년 트럼프 정부 초기 “백악관이 어설프고 무능하며 분열돼 있다”고 혹평했는데, 그 외교 전문이 최근 보도되고 트럼프가 이에 격분해 “더는 상대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지난 10일 전격 사임했다.

대럭 전 대사는 본국에 보낸 서면 보고서에서 “트럼프가 오바마에 대한 악감정으로 핵합의를 파기한 것 같다”며, 이런 행태를 “외교적 반달리즘(공공기물 파괴)”이라고 비판했다. <데일리 메일>은 “대럭 전 대사가 (본국에 보낸 보고서에) 이란 핵합의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합의한 것이기 때문이라는 개인적 이유로 트럼프가 그걸 파기한 것 같다”고 전했다.

대럭 전 대사는 보고서에서 “본질적으로 이 정부는 외교적 파괴주의 위에 기초해 있으며, 이는 이념적이고 개인적인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그것(이란 핵합의)은 오바마의 합의였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더 나아가, 그들은 핵합의를 이행할 어떠한 후속 전략도 구체화할 생각이 없다”며 “오늘 아침 미 국무부와 접촉해보니 그들은 합의 당사국들 및 유럽·중동의 동맹국들과 논의할 계획이 없는 것 같다”고 보고했다.

외교 전문 폭로의 파장이 커지자, 영국 경찰은 유출된 문건의 보도는 ‘공직자 비밀법’ 위반이라며 언론에 추가 보도를 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그러나 영국은 물론 전세계 주요국 언론들은 <데일리 메일>의 속보를 일제히 주요 뉴스로 보도하고 있다.

제러미 헌트 영국 외교장관도 언론의 자유를 옹호하고 나섰다. 그는 13일 트위터에 “이번 유출은 영-미 관계를 훼손하고 충직한 대사를 사임케 했으므로 유출 당사자는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언론이 공익적 목적으로 문건을 입수하고 판단했다면 공적으로 보도할 권리를 전적으로 지지한다. 그게 언론의 일이다”라고 밝혔다.

영국 집권 보수당의 차기 대표 겸 총리 선거에서 가장 유력한 주자인 보리스 존슨 전 외교장관이 13일 런던에서 멀리 않은 남동부 도시 브레인트리에서 선거 유세 중 지게차 운전을 시연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반면, 다음주 영국 집권 보수당 대표 선거에서 차기 영국 총리 승계자로 가장 유력한 보리스 존슨 전 외교장관은 대럭 전 대사에 대한 판단을 얼버무리고 ‘영국 자책론’까지 언급했다가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비난을 샀다.

이번 외교 문건 유출 사건은 트럼프 미국 정부 출범 이후 줄곧 불협화음을 내온 대서양 양안 관계, 특히 역사적으로 가장 가까운 동맹인 미국과 영국의 향후 관계와 관련해도 주목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4일 일요판에서 “외교 문건의 유출과 주미 영국대사의 사임 이후, 양국의 특별한 관계가 이상하고 불확실한 새 시대로 몰려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언론인 출신 참모였던 시드니 블루멘털은 이 신문에 “대럭 전 대사에 대한 존슨의 공격은 트럼프에 대한 첫 굴종 행위”라고 짚었다. <가디언>은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와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당시 양국 관계를 빗대어, “블레어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지지한 이후 ‘부시의 푸들’로 불리웠다”며 “이제는 존슨이 트럼프가 점프하라고 명령하면 얼마나 높이 뛸까라고 묻는 ‘트럼프의 푸들’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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