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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09 14:44 수정 : 2019.07.09 14:54

지난 2017년 9월21일 (현지시간) 미국 뉴욕 롯데 팰리스호텔에서 문재인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함께 한 한.미.일 3국 정상 업무 오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욕=청와대사진기자단

국무부, “한-미-일 3국 협력 중요” 원칙론 되풀이
트럼프 대통령도 직접적 언급 안 해
미 업계에 미칠 직접적 타격 크지 않다고 보는 듯
미에 ‘중재’ 요청은 향후 ‘청구서’로 날아올 수도

지난 2017년 9월21일 (현지시간) 미국 뉴욕 롯데 팰리스호텔에서 문재인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함께 한 한.미.일 3국 정상 업무 오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욕=청와대사진기자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로 한-일 갈등이 깊어지는 상황에 특별한 입장 표명 없이 관망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 비핵화와 중국 견제를 위해 한·미1일 3각 공조를 중요시해 왔으나, 이번 사태에서는 미국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며 개입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미 국무부는 8일(현지시각) ‘한·미·일 3국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원칙론을 되풀이했다. 국무부 대변인실은 언론의 질문에 “미국은 일본과 한국 양자 모두에 대한 동맹이자 친구로서, 북한에 의해 가해지는 문제를 포함한 공통의 역내 도전 과제들과 인도태평양 지역 및 전세계의 다른 우선순위 사안들에 직면해 우리 3개국의 양자 그리고 3자 사이의 강하고 긴밀한 관계를 확실히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이어 “미국은 일본, 한국과의 3국간 협력을 보다 강화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우리는 북한에 대한 비핵화 압박에 단합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미국은 항상 공개적으로나 막후에서나 우리 3개국의 양자, 3자 관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원론적 입장을 강조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최근 한-일 갈등에 대해 직접적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들은 “미국은 이번 사태에 적극 개입할 뜻이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미 국무부와 상무부 등 유관 부서들은 한-일 갈등 상황을 매일 점검하면서 내용을 숙지하고 있지만, 특별한 입장을 밝히거나 중재에 나설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 정부가 조용한 가장 큰 이유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정부 입장에서 이번 사태의 여파가 아직까지 미국 기업들에 직접적 타격을 미친다고 보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한-일 갈등에 대해 미국 산업계에서 심각한 우려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에 대한 일본의 경제 보복이, 관세·통상 이슈를 무기 삼아 다른 나라들을 압박해온 트럼프 대통령을 모델로 삼은 성격이 있어서 미국이 개입을 꺼리는 측면도 있다.

한국 정부는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외교부 고위 인사 등을 조만간 워싱턴에 파견해 대미 여론전을 펼 계획이다. 일본의 대미 로비에 맞서, 정부도 이번 사태의 부당성과 미국에도 미칠 수 있는 악영향 등을 미 정부에 설파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여론전 수준을 넘어 미국에 적극적인 한-일 ‘중재’를 요청하는 것은 올바른 해법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을 통한 중재는 결국 나중에 ‘한·미·일 3각 협력을 통한 중국 견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라’는 외교적 청구서로 되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미 정부의 중재 속에 ‘12·28 한-일 위안부 합의’가 만들어졌으나, 이는 오히려 한-일 관계 악화로 이어졌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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