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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03 08:53 수정 : 2019.07.03 19:45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30일 귀국 전용기에서 비보도 전제 브리핑
“대북 제재는 비핵화까지 유지하되, 다른 것들 줄 수 있어”
지난달 언급한 “유연한 접근” 좀더 구체화
“북에 원하는 것은 핵 동결, 비핵화 개념, 로드맵”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미국 행정부는 북한이 비핵화할 때까지 대북 제재는 유지하되, 그 사이 인도적 지원이나 외교 관계 강화 등 다른 방식을 대가로 제공할 수 있다고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말했다. 미 정부는 또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모든 북한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동결을 원한다고 비건 대표는 밝혔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비건 대표가 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수행 뒤 귀국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비보도(오프 더 레코드) 브리핑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악시오스>는 이 전용기에 탑승하지 않았고, 따라서 비보도 합의에도 참여하지 않았다며 취재된 내용을 보도했다.

이 매체의 보도를 보면, 비건 대표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대량파괴무기(WMD)의 완전한 동결”이라고 말했다. 핵 프로그램과 탄도미사일 등 대량파괴무기 등을 “생산 중단”하라는 것이다. 비건 대표는 또 미 정부는 동결과 비핵화 엔드 스테이트(최종 상태)에 대한 개념을 원하며, 그 속에서 북한이 핵 무기를 포기하는 길로 가는 로드맵에 대해 협의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비건 대표는 미 정부는 북한이 핵 무기 프로그램을 동결한다고 해서 제재를 해제할 준비가 돼있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양보로 제공할 것들이 있다면서 “인도적 지원, 인적 대화 확대, 상대국 수도에 외교 채널 설치”를 언급했다. 비건 대표는 “북한이 우리에게 핵무기 20개를 줬다고 치자. 우리는 무얼 얻은 건가?”라며 “나는 국무장관에게 갈 거고, 장관은 대통령에게 갈 것이며, 대통령은 그걸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동결하고 북-미 대화를 진행하면서 비핵화 조처를 이행해나가면, 그 사이 인도적 지원이나 상호 연락사무소 설치 같은 외교 관계 강화 조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발언은 그가 지난달 공개적으로 언급한 “유연한 접근”을 좀더 구체화한 것으로 보인다. 비건 대표는 “우리는 비핵화 전에 제재를 해제하는 데 아무 관심이 없다”고 강조했으나, 비핵화라는 목표를 향해가는 길에 미국이 ‘기브 엔 테이크’(주고 받기)에 열려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미국이 대북 협상에서 △모든 핵 프로그램 동결 △비핵화의 개념 △로드맵을 북한에 원하고 있다는 점도 비건 대표의 발언으로 좀더 체계적으로 드러났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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