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6.30 17:51
수정 : 2019.06.30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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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네번째)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다섯번째)이 비무장지대 깜짝 회담을 하기 앞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의 군사분계선 남쪽에서 북쪽 땅으로 잠깐 함께 넘어가는 이벤트를 연출하고 있다. 판문점/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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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민주당 대선 후보 TV토론 성황 직후
G20 회의 참석중 오사카에서 전격 제안
내년 재선 캠페인 활용 의도 감추지 않아
NYT “이례적 장면 좋아하는 취향 맞을 것”
일·한 방문 중에도 줄곧 국내 소식에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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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네번째)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다섯번째)이 비무장지대 깜짝 회담을 하기 앞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의 군사분계선 남쪽에서 북쪽 땅으로 잠깐 함께 넘어가는 이벤트를 연출하고 있다. 판문점/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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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6일(미국시각)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으로 출발할 때만 해도 기자들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랬던 그가 29일(현지시각) 오사카에서 한국으로 출발하기 몇 시간 전 김 위원장과의 ‘비무장지대(DMZ) 회동’ 제안이라는 깜짝 카드를 꺼내든 것은 내년 대선이라는 국내 정치적 계산도 하나의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사카에서 트위터로 김 위원장과 비무장지대에서 만나고 싶다는 뜻을 밝힌 시각은 현지시각 29일 오전 7시51분으로, 미국에선 26~27일 저녁 이틀동안 민주당의 대선 후보 첫 텔레비전 토론이 끝난 뒤였다. 이틀째에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 유력 주자들이 출연한 토론을 1810만명이 시청해 민주당 텔레비전 토론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다. 미국 국내 뉴스가 민주당 토론에 집중될 무렵,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회동’ 카드로 맞대응한 모양새다.
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 제안에 비판적 시각을 보이면서 재선 의도와 연결지었다. <뉴욕 타임스>는 “트럼프에겐 긴장이 흐르는 남북 접경지에서 김 위원장과의 짧은 만남일지라도 한다면 전례 없는 장면을 좋아하는 그의 취향에 맞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관’이자 ‘피스 메이커’로 역할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재선 캠페인에 하나의 줄거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18일 플로리다주에서 내년 11월 재선 출정식을 연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반도의 비무장지대에서 북한 지도자와 처음 악수를 나누는 장면은 그 자체로 강력한 외교적 성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조야에서는 ‘보여주기 만남’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 또한 미리 방어했다. 그는 이날 김 위원장과 만나기 전부터 기자들에게 “짧은 만남이 될 것”이라며 “하지만 괜찮다. 악수만으로도 많은 것을 의미한다”며 상징성에 스스로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내가 취임하기 전인 2년 전에 비해 한반도 상황은 매우 좋아졌다”며 자신이 아니었다면 한반도에 전쟁이 났을 것이라고 전임 대통령들과 차별성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한국 방문 기간 내내 국내 정치 상황에 마음이 가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민주당 대선 토론 이틀째가 진행 중인 시각인 28일 오사카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아시다시피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어제 첫 토론회를 했는데 보셨는지 모르겠다는데 그다지 재미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열리는 시간에도 트위터에 “모든 민주당 주자들이 불법 이민자들에게 무제한 의료 서비스를 주는 데 손을 들었다. 미국 시민을 먼저 돌보는 게 어떠냐”고 비판했다. 또 같은 날 밤 트위터에 “졸린 조(조 바이든)와 미친 버니(버니 샌더스)에겐 좋은 하루가 아니라고 들었다”고 조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도착해서도 자신에 대한 미 농민들의 지지도가 74%라는 농업 매체의 보도를 소개하는 등 국내용 메시지를 쉼 없이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자회의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미국 우선주의’ 태도를 강하게 드러낸 것 또한 미국내 지지층을 겨냥한 성격이 짙다. 그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나 미-일 안보조약이 불공정하다고 불평했다.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보호무역주의 반대’나 지구온난화에 관한 언급이 빠진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반대 때문이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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