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6.02 16:21
수정 : 2019.06.02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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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공모 사실을 밝혀내지 못했다’는 특검 수사 결과가 공개된 지난달 24일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흡족한 표정으로 기자들과 얘기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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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이민 중단될 때까지 10일부터 멕시코 제품에 관세”
지난 30일 전격발표 전 쿠슈너 등 반대했으나 실패
트럼프, 무역과 무관한 문제에까지 관세 무기 휘둘러
트위터에 “강도당하는 나라에 ‘관세’는 아름다운 단어”
미 언론 “압박만 하는 트럼프 전술, 수확체감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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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공모 사실을 밝혀내지 못했다’는 특검 수사 결과가 공개된 지난달 24일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흡족한 표정으로 기자들과 얘기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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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이민’을 막겠다며 모든 멕시코산 수입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표를 놓고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통상과 무관한 이민 문제에까지 관세를 무기로 휘두르는 ‘관세맨’ 트럼프 대통령의 고집을 사위 등 핵심 측근도 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불법 이민’을 이유로 “6월10일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오는 모든 제품에 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기 전까지 백악관 내부에서 상당한 반대가 있었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반대자 가운데는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뿐 아니라 ‘대통령의 사위’인 제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도 포함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타임스>는 이들이 “멕시코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합의안 비준이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멕시코는 미국의 최대 교역국이기 때문에 여기서 들어오는 모든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멕시코 사이의 ‘공급망’이 교란되고 미국 소비자들이 큰 피해를 입게 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의사를 밀어부쳤다. 참모들이 멕시코 관세에 반대할 때마다 “나는 이걸 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멕시코 관세 아이디어를 낸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초강경 이민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고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팻 치폴론 법률고문과 피터 나바로 무역·제조업 국장이 대통령에게 이민 문제로 멕시코에 관세를 부과할 권한이 있다며 거들었다.
지난해 중국과 무역전쟁을 개시한 이래 스스로를 “관세맨”으로 불러온 트럼프 대통령은 1일에도 ‘관세 예찬’을 이어갔다. 그는 트위터에 중국·멕시코에 대한 관세를 언급하며 “‘관세’라는 단어는 정말로 아름다운 단어”라고 적었다.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중은 이날 지난달 예고했던 추가 관세조처를 시행하며 ‘확전’의 길로 나아갔다. 중국은 이날 미국산 수입품 600억달러어치에 대해 품목별로 5~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도 ‘지난달 10일 이후’ 중국을 출발한 첫 화물선이 도착하자 해당 품목에 예고대로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은 물론 이민 문제를 이유로 관세 카드를 꺼내들자 여당인 공화당 안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공화당 소속 찰스 그래슬리 상원 금융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멕시코 관세 부과 방침 발표 직후 성명을 내고 “대통령의 관세 권한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미-중 무역전쟁 때문에 생산시설을 중국에서 멕시코로 옮기려던 기업들이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됐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더 나아가 “압박 전술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존이 수확체감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짚었다. 중국·멕시코·북한 등에 ‘최대의 압박’을 가하지만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앤드리아 슈나이더 마켓대학 교수는 신문에 “트럼프의 중대 결함 중 하나는 오직 망치만 들고 있다는 점”이라며 “그는 장기간을 바라보고 삶의 대부분이 상호작용의 반복이라는 점을 인식하는 능력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과 멕시코는 5일 워싱턴에서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 꺼내든 관세 카드와 관련한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1일 기자회견을 열어 “양쪽 모두 대화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갖고 있는 만큼 결과가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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