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5.15 19:16
수정 : 2019.05.15 19:25
|
미-중 무역전쟁의 열쇠를 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중간에 중간부품 수출 많은데
완제품에 25% 관세 붙어 타격
실적 급락한 삼성전자 등 시름
|
미-중 무역전쟁의 열쇠를 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13일(현지시각)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포함한 사실상 모든 중국 상품에 최고 25%의 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한다고 밝히면서, 대중국 전자부품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일본·대만 등의 정보기술(IT) 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수출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1분기에 실적이 급락한 삼성전자 등의 시름이 깊어질 전망이다. ▶관련기사 6면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내놓은 스마트폰 서플라이체인(공급망) 분석 보고서(‘지구상 5명 중에 1명이 가진 새로운 스마트폰’)에서, 세계 스마트폰 공급은 “지난 몇년간 복잡하게 진화해온 몇몇 아시아 국가들의 중국에 대한 (중간재) 수출과 중국에서 이뤄지는 최종 조립 작업에 의해 지탱된다”며 “복잡한 공급망의 주요 기여자들은 일본·한국·대만·말레이시아·싱가포르”라고 짚었다. 보고서는 2016년 한국의 대중국 스마트폰 부품 수출액이 244억달러(전체 수출에서 대중국 수출 비중 80.3%)로 가장 많고, 일본(92억달러·41.1%), 대만(46억달러·87.2%), 말레이시아·싱가포르(30억달러·54.1%) 순이라고 했다. 한국이 다른 나라들보다 수출 금액과 비중 모두 중국에 크게 의존함을 알 수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적인 확전으로 치달으면 한국 경제를 떠받쳐온 이 공급망이 요동치게 된다. 미국 무역대표부가 공개한 25% 관세 부과 대상 3800개 품목을 보면, 그동안 제외됐던 스마트폰, 노트북컴퓨터, 디지털카메라, 모니터, 텔레비전용 게임기 등 전자제품이 대거 포함됐다. 이 제품들이 미국 시장에서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받으면 중국 업체들뿐 아니라 부품 공급 업체들까지 연쇄 타격을 입는다.
스마트폰 생산을 위해 한국·베트남은 메모리반도체, 일본·말레이시아·싱가포르·한국·대만은 시스템반도체, 일본·한국은 디스플레이를 중국에 수출하고, ‘세계의 공장’ 중국이 부품을 모아 조립을 맡는다. 애플의 아이폰은 미국 캘리포니아 본사에서 설계도를 만들면 중국에 대형 공장을 가진 대만 업체 폭스콘(훙하이정밀공업)이 동아시아 각국에서 부품을 모아 완제품을 하청 생산한다. 삼성·엘지 등 한국 대표 기업들은 이 공급망의 핵심 참여자로 적잖은 성과를 거둬왔다. 중국의 스마트폰 수출액은 1069억달러(2016년)로 전체 수출에서 5.1%의 비중을 차지한다.
25%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 아이폰 최신 모델 XS의 가격은 현재 990달러에서 1159달러로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최대 수출처 미국(28%)에서 판매 감소가 불가피하다. 중국은 650달러짜리를 기준으로 아이폰 1대를 팔 때 중국에 떨어지는 것은 8.5달러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중간재 수출 업체들도 중국만큼이나 애가 탈 수밖에 없고, 대중국 수출로 활로를 개척해온 한국 경제도 무역전쟁 악화의 직접 영향권에 놓일 수밖에 없다. 한국무역협회 자료를 보면, 한국의 중간재 수출에서 중국의 비중은 2000년대 중반 이후 꾸준히 30% 안팎을 기록해왔다. 1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궈타이밍 폭스콘 회장이 “무역전쟁의 끝이 안 보인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중국에 진출한 일부 대만 기업들은 베트남 등으로 공장 이전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