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5.10 20:22
수정 : 2019.05.10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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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허 중국 부총리가 9일(현지시각) 오후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 첫날 회의를 마친 뒤 워싱턴 미 무역대표부(USTR) 청사를 나서며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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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예정대로 관세 인상…중, “대응 조치 불가피”
20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 관세 10%에서 25%로
미국 도착이 아니라 중국 출발 기준…지능적 플레이
중 상무부 “매우 유감. 대응 조치 취하겠다”
워싱턴 고위급 무역협상, 첫날 성과 없이 마무리
트럼프 “관세는 미국 부유하게 해” 막판 심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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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허 중국 부총리가 9일(현지시각) 오후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 첫날 회의를 마친 뒤 워싱턴 미 무역대표부(USTR) 청사를 나서며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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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고위급 무역협상 첫날 회의가 뚜렷한 성과 없이 끝난 직후 미국이 예고대로 2000억달러(약 235조4000억원)어치 중국 상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의 10%에서 25%로 올렸다. 중국이 곧바로 대응 조처를 예고한 가운데, 10일(미국시각) 하루가 무역전쟁의 진정 또는 격화를 결정할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류허 부총리를 단장으로 한 중국 협상단은 9일 오후 워싱턴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 및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과 협상에 나섰지만 가시적 돌파구는 마련하지 못했다. 이날 협상은 채 90분을 넘지 않았다.
미국 정부는 이어 전날 관보에 예고한 대로 “10일 0시1분부터 미국으로 수출되는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 관세가 25%로 인상됐다”고 발표했다. 대상은 5700여개 품목으로, <로이터> 통신은 휴대폰, 컴퓨터, 의류, 장난감 등 소비재도 포함됐다고 전했다.
중국 상무부는 누리집에 대변인 명의 담화문을 올려 “관세 인상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 “불가피하게 필요한 대응 조처를 취하겠다”며 바로 보복을 공언했다. 언제, 어떤 조처를 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해 미국의 10% 관세 부과에 맞서 중국도 농산물·기계·화학제품 등 600억달러 규모의 미국 상품에 5~10%의 관세를 부과했다”며 “관세를 25%로 인상하는 데 맞서 중국도 같은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협상이 하루 남은데다, 미국이 교묘한 관세 발효 방식을 택함으로써 막판 타결 내지 갈등 완화의 가능성은 남았다. 미국은 자국 도착이 아니라 중국 출항 시점을 추가 관세 부과 기준으로 삼는 이례적 방식을 택했다. 중국 상품이 선박편으로 미국에 도착하려면 통상 4주가량 걸리기에, 운송 기간이 ‘유예 기간’ 구실을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는 숨통을 틔워주면서도, 실제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양보하라는 지능적 압박 전술로 볼 수 있다.
앞서 류 부총리는 워싱턴 도착 직후 기자들에게 “압박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이곳에 온 것은 중국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합리적이고 솔직한 의견 교환을 원한다. 아직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시진핑 주석한테 아름다운 편지를 받았다. 곧 시 주석과 통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틀째 협상을 앞둔 10일 아침에도 관세 전쟁이 벌어지면 미국은 이익을 볼 뿐이라며 ‘배짱’을 과시하고 심리전을 폈다. 그는 트위터에 “나머지 중국 상품 3250억달러어치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절차가 시작됐다”며 추가 관세를 경고했다. 이어 “관세는 우리 나라에 훨씬 많은 부를 가져다준다. 그리고 (돈을 버는 데) 훨씬 쉽고 빠르다”며 “관세는 우리를 더욱 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쪽도 <신화통신> 등 관영매체를 통해 “협상을 원하면 협상을, 싸움을 원하면 싸움을 하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자료를 내어 “미국의 관세 인상으로 중국 성장률이 0.3%쯤 하락하겠지만, 대외 충격에 대한 중국 경제의 대응력은 더 강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이터>는 “서로 관세를 인상한 뒤 일정한 양보안을 놓고 협상을 지속할 수도, 결렬을 선언하고 제 갈 길을 갈 수도 있다”며 “중국이 막판에 재협상을 요구한 내용을 거두고 기존 협상안으로 돌아간다면 6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미-중 정상이 합의안에 서명을 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짚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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