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5.06 17:41
수정 : 2019.05.06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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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5일(현지 시각) 메릴랜드주 앤드류스공항을 통해 유럽으로 떠나기 직전 공군 관계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메릴랜드/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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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전날 북 단거리 발사체 관련 반응
“모든 외교 기회 다 쓸 것”
미, 북 발사체에 절제된 반응 보이며
대북 대화 기조 여전히 이어가
폼페이오 “ICBM 아니라고 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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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5일(현지 시각) 메릴랜드주 앤드류스공항을 통해 유럽으로 떠나기 직전 공군 관계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메릴랜드/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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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북한의 4일 단거리 발사체 발사에 대해 절제된 반응을 보이며 “대화하자”는 신호를 강하게 발신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행동을 완전히 무시하거나 ‘강 대 강’으로 맞서기보다는 외교적으로 풀어가는 쪽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5일(현지시각)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가 중·장거리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북한과 대화를 계속하고 싶다”고 밝혔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신뢰를 재확인하면서 대화의 문을 유지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폭스 뉴스>, <에이비시>(ABC), <시비에스>(CBS)에 잇따라 출연해, 북한이 동해상으로 쏜 발사체에 대해 “정확한 데이터를 확보하려 여전히 작업 중”이라면서도 “발사체들은 단거리용이었다. 중·장거리 미사일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아니라는 높은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발사체가) 어떤 상황에도 국제적 경계선을 넘은 적이 없다. 그것들은 북한의 동해에 떨어져 미국이나 한국, 일본에 위협을 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사일 실험을 안 하겠다는 모라토리엄(유예)을 어긴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모라토리엄은 분명히 미국을 위협하는 대륙간 미사일 시스템에 초점을 둔 것”이라고 답했다. 미국에 대한 위협이나 약속 위반과는 거리가 있다며 선을 그은 것이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북한의 ‘발사체’나 ‘미사일’에 대해서는 직접적 표현을 삼간 것과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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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웃으며 담소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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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장관은 그러면서 대화 의사를 분명한 어휘들로 강조했다. 그는 “더 큰 맥락에서 표현하고 싶다”며 “우리는 여전히 비핵화를 하기 위해 북한과 좋은 해결책을 협상할 모든 의사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완전히 검증된 북한 비핵화라는 협상 결과를 얻을 기회가 여전히 있다고 믿고 있고, 김 위원장도 이 점을 반복해왔다”며 “지난 주말 그가 한 행동이 거기에 방해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고 싶다. 대화를 지속하기를 원한다”, “모든 외교적 기회를 다 쓸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전날 밤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한 사실을 소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세계를 위한 최적의 길은 협상을 통한 해법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우리는 한반도의 검증된 비핵화를 외교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북한과 협력하려고 전속력으로 전진하고 있다”고 했다. 군사적 긴장 고조가 아닌 외교적 해법에 주력하겠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은 내가 그와 함께한다는 것을 알고, 내게 한 약속을 깨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합의는 이뤄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하노이 정상회담 뒤에도 북한과 소통해왔다”며 “앞으로 몇주 안에, 향후 어떻게 나아갈지에 관해 정말로 대화할 수 있는 더욱 단단한 소통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화하자’는 메시지는 미국 행정부가 2월 말 2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 불발 뒤 지속적으로 밝혀온 기조다. 하지만 북한의 발사체 발사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전보다 선명해졌다. 북한이 추가 무력행동에 나서며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대북 제재는 유지된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이번 발사는 김 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난 뒤 이뤄졌다. 김 위원장이 (러시아에서) 원한 것을 정확히 얻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재 해제를 위해 미국과의 대화에 나오라는 메시지다.
미국의 ‘절제’와 ‘대화’ 기조가 계속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발사체가 탄도미사일로 판명될 경우 미국 내부에서 강경론이 고개를 들 수 있다. 또 미국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는 북한이 ‘대화하자’는 정도의 제안에 응해 협상장으로 나올지도 미지수다.
한국과 미국은 9~10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방한 때 북한 발사체 문제와 북-미 대화 재개 방안을 집중적으로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대화 재개 방안으로 거론되는 식량 등 인도적 지원과 관련해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인터뷰에서 “인도적 지원은 허용된다. 제재가 있어도 북한은 식량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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