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천안문 민주화운동 상징 ‘탱크맨’ 등장
중 소셜미디어 ‘라이카’ 포함 포스팅 검열·삭제
중 일부 네티즌도 반발…인권운동가 “톈안먼 정신 담아내”
라이카, 파문 커지자 “공식 홍보영상 아니다”
독일의 세계적 카메라 업체 라이카가 최근 내놓은 홍보 영상 때문에 중국에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6월4일에 30돌을 맞는 천안문(톈안먼) 민주화운동을 떠올리게 하는 내용 때문이다.
18일 홍콩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 보도를 보면, 라이카는 최근 ‘사냥’이란 제목으로 4분59초 분량의 홍보 영상을 공개했다. 전쟁과 무력 갈등 현장을 취재하는 사진기자를 주인공으로 한 이 영상은 마치 ‘사냥’을 하듯 현장을 카메라에 담는 모습을 그려냈다.
영상 전반에 아프리카 무력 갈등 현장과 총탄이 퍼붓는 중동의 전쟁터 등 위험천만한 지역에서 취재에 몰입하는 사진기자의 모습이 등장한다. 하지만 영상의 핵심 줄거리는 ‘1989년 베이징’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다.
영상은 천안문 민주화운동을 명시적으로 다루지는 않는다. 다만 호텔에 투숙한 서양인 사진기자가 중국 공안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커튼으로 가려진 창가에서 촬영한 장면이 영상 막바지에 카메라 렌즈에 비친다. 광장으로 들어서는 탱크를 맨몸으로 막아선 ‘탱크맨’의 모습이다. 천안문 사건을 상징하는 이 사진을 찍은 미국인 사진기자 제프 와이드너는 1990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영상은 “우리를 보게 하기 위해 자신들의 눈을 빌려준 모든 이들에게 바친다”는 헌사와 함께 끝난다. 그리고 붉은색 라이카 로고가 자그맣게 등장한다.
문제는 천안문 사건 30돌이 머지않은 시점이란 점이다. 15일 영상이 공개된 직후부터 이 영상이 차단되는 등 중국에서 반발이 나오고 있다.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 등 소셜미디어에서 ‘라이카’란 단어가 들어간 모든 포스팅이 검열로 차단됐다”며 “누리꾼들이 라이카의 웨이보 공식 계정으로 몰려가 ‘멍청한 짓을 했다’는 비난 댓글을 쏟아내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라이카가 중국 최대 통신업체 화웨이와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화웨이까지 망하게 할 셈이냐”고 비난했다. “라이카는 애국적인 우리의 화웨이와 함께 일할 자격이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반면 인권운동 진영에서는 크게 반기는 분위기라고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전했다. 천안문 사건 당시 수배를 당했던 학생운동 지도자 주펑숴는 이 신문 인터뷰에서 “라이카의 홍보 영상은 30년 전의 정신을 온전히 담아냈다. 영상을 보면서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파문이 번지자 라이카는 17일 “공식 홍보영상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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