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4.14 14:45
수정 : 2019.04.14 21:02
트위터에 글 올려 김정은 시정연설에 긍정적 화답
“우리 관계 여전히 좋다는 데 동의…
“핵무기와 제재 제거되는 날 고대해”
신속한 직접화답으로 ‘톱다운’ 방식 과시
비핵화-제재 견해차 극복에 시간 필요할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각) “3차 북-미 정상회담은 좋을 것”이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날 시정연설에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양국 정상이 서로에 대한 개인적 신뢰와 대화의 필요성을 주고받으며 ‘톱다운’의 틀을 과시한 것이다. 하지만 비핵화에 관한 양쪽의 견해차가 여전히 커 실제 회담이 열리려면 상당한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글을 올려 “나는 북한의 김정은이 우리의 개인적 관계는 여전히 좋다고 한 데 동의한다. 아마도 훌륭하다(excellent)는 용어가 훨씬 더 정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각자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는 만큼 3차 정상회담이 좋을 것이라는 데에도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은 김 위원장의 지도력 아래 대단한 성장, 경제적 성공과 부에 대한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 머지않을 수도 있는, 핵무기와 제재가 제거될 수 있는 날을 고대한다. 북한이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국가 중 하나가 되는 것을 보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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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긍정적인 견해를 밝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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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는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 내용이 알려진 지 약 15시간 만에 나왔다. 2월 말 2차 북-미 정상회담 무산 뒤 김 위원장이 처음 내놓은 육성 메시지에 트럼프 대통령이 즉시 화답하며, 두 정상이 이끌어온 톱다운 방식이 굳건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밝힌 대화 기조를 이날 트위터로 재확인했다. 그는 당시 “3차 북-미 정상회담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북-미 정상이 거듭 우호적 관계를 강조하며 ‘대화의 문’을 열어둔 것이다. 이는 앞으로 남북 정상회담 등을 거쳐 북-미 협상이 재개되는 밑바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비핵화와 제재 해제에 관한 북-미의 입장 차이는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더 크고 뚜렷해져, 북-미 대화에 얼마나 속도가 붙을지 불확실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핵무기와 제재가 제거될 수 있는 날”을 언급했다. 북한이 완전한 핵 포기를 해야 제재도 해제할 수 있다는 일괄타결식 ‘빅딜’ 입장을 거듭 밝힌 표현으로 풀이된다. 이는 비핵화-상응조처를 단계적·동시적으로 해나가자는 북한 입장과 배치된다.
이에 비해 김 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올해 말”과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갖는 것”을 3차 정상회담이 가능한 ‘기한’과 ‘조건’으로 제시했다. 또 “지난번(하노이 정상회담)처럼 좋은 기회를 다시 얻기는 분명 힘들 것”이라고 말해, ‘영변 핵시설 폐기’가 현재 내놓을 수 있는 최대치임을 강조했다.
미 언론은 김 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미국에 대화의 조건으로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걸었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워싱턴 포스트>는 김 위원장이 연설에서 북-미 협상을 진전시킬 새로운 양보나 아이디어를 암시하지 않았다면서 “미국 쪽으로 공을 넘겼다”고 짚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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