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4.08 14:29
수정 : 2019.04.0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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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5일 캘리포니아주 칼렉시코의 멕시코 국경장벽을 키어스천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왼쪽)과 함께 둘러보고 있다. 칼렉시코/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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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슨 장관 백악관서 만나 사임 요구
트럼프, 트위터로 “복무에 감사”
불법이민 차단 못했다고 공개적 불만
3월 불법이민자 10만명으로 급등하자 폭발
2020년 대선 앞 초강경 이민정책 지지층 결집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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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5일 캘리포니아주 칼렉시코의 멕시코 국경장벽을 키어스천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왼쪽)과 함께 둘러보고 있다. 칼렉시코/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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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법 이민 대책과 관련해 평소 못마땅하게 여겨온 키어스천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을 끝내 경질했다. 2020년 대선을 향해 초강경 이민 정책의 고삐를 바짝 조이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각) 트위터에 “닐슨 장관이 자리에서 떠난다. 그의 복무에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케빈 매컬리넌 세관국경보호국 국장이 국토안보부 장관대행을 맡을 것이라고 했다.
닐슨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사임 서한도 곧 언론에 공개됐다. 닐슨 장관은 “물러나기 적절한 때라고 결심했다”며 “후임 장관이 미국 국경을 완전히 지키는 우리의 역량에 방해가 되는 법을 고치는 데 의회와 법원의 지지를 얻기 바란다”고 밝혔다.
국토안보부 장관 교체 사실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닐슨 장관이 만난 뒤 발표됐다. 닐슨 장관은 백악관에 들어갈 때까지 사임할 뜻이 없었으나, 30분간의 회동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단호하게 사임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닐슨 장관 경질은 트럼프 대통령이 5일 “더 강한 방향으로 가고 싶다”며 론 비티엘로 신임 이민세관단속국 국장의 지명을 철회한 뒤 이틀 만에 이뤄졌다. 그만큼 2020년 대선을 앞두고 지지층 결집을 위해 반이민 드라이브를 더 강화하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닐슨 장관은 지난해 불법 이민자 부모-아동 격리, 이른바 ‘무관용 정책’을 집행해 민주당과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았지만, 정작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캐러밴’으로 불리는 중미 출신자들의 입국 시도를 적극 막지 못했다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터뜨려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침에 닐슨 장관의 집에 전화를 걸어 모든 이민자들의 망명 신청을 막으라는 등 불법적 행위를 요구하기도 했다고 한다. 백악관의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 스티븐 밀러 수석고문은 닐슨 장관 경질을 주장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선임고문도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특히 멕시코 국경에서의 불법 이민자 체포가 1월 5만8천여건에서 3월 10만건으로 크게 늘자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가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더 힐>은 닐슨 장관 교체를 두고 “트럼프가 남쪽 국경을 넘어오는 이민 가족 급증에 대한 불만 속에 그의 (이민 대책) 팀을 흔들고 싶어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닐슨 장관 교체 발표 뒤 트위터에 “우리 나라는 꽉 찼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엘살바도르·온두라스·과테말라가 불법 이민자들의 미국행을 막는 데 미온적이라며 이 나라들에 대한 원조 중단을 지시했다. 또 멕시코가 불법 이민자들의 미국 유입에 대해 충분한 조처를 하지 않으면 국경을 폐쇄하거나 멕시코산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그는 연말~연초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을 의회에 요구하며 35일간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폐쇄)을 감수했고, 이어 다른 부처 예산을 장벽 건설에 전용하도록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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