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4.05 08:20
수정 : 2019.04.05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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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칼린 미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객원연구원. 스탠퍼드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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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부·CIA 출신 북한 전문가, LA타임스 기고
“하노이에서 느닷없이 ‘리비아 모델’ 재등장…
볼턴이 과거 주장해 제네바합의 깬 방식”
“외교 포기하면 더 강한 핵무장 북한만 초래…
다음주 한-미 정상, ‘전부 아니면 전무’ 버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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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칼린 미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객원연구원. 스탠퍼드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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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예정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해법에서 ‘리비아 모델’을 포기하고 실현가능한 방식을 택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 국무부와 중앙정보국(CIA)에서 북한정보를 분석했던 로버트 칼린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객원연구원은 4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북한에 관해 트럼프는 존 볼턴(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아닌 자신의 본능을 믿어야 한다”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칼린은 2월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의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기 직전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넸다는 문건을 “부분적으로, 리비아 모델의 재탕”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로이터> 통신의 보도 내용을 보면, 이른바 ‘빅딜 문서’로 불린 이 문건에서 미국은 북한에 핵 무기와 물질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것까지 포함한 광범위한 비핵화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칼린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싱가포르에서는 볼턴의 ‘전부 아니면 전무’ 방식의 리비아 모델을 옆으로 밀쳐놓고 실현가능한 접근을 취했다”며 “하노이에서 그 접근법을 지속했으면 더 좋았을텐데 느닷없이 리비아 모델이 재등장했다”고 말했다.
칼린은 ‘리비아 모델’은 볼턴 보좌관이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에도 제안해 결국 북한이 동결해온 플루토늄 프로그램을 재가동하게 한 접근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1994년에 맺어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가 볼턴 보좌관 주도로 2002년에 파기된 전례를 언급하면서 “북한에게 이것(리비아 모델)은 정말로 외교가 아니고 순전히 항복 요구”라며 “이같은 전술은 북한에 통하지 않는다는 걸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고 말했다.
칼린은 또 리비아 모델은 ‘한 국가가 핵 포기를 결정했다면 모든 것을 폐기·반출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고, 반대로 핵 폐기·반출을 하지 않는다면 핵 포기 결정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가정하는 “순환 논리”라고 짚었다.
칼린은 “‘빅딜 아니면 아무 것도 없다’는 낡은 깃발 아래 다시 외교를 포기하는 것은 ‘훨씬 더 많은 핵무기로 무장한 북한’이라는 단 하나의 결과만 낳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영변 핵시설 폐기와 제재 완화를 교환하기를 원한 북한의 제안 또한 “모호하고 미국이 수용할 수 없던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볼턴이 제안한 문서는 협상 과정을 박살 내기 위한 망치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 나쁜 건 이게 실패했을 때 실현 가능한 플랜 비(B)는 없고 압박 효능에 대한 거의 종교적인 믿음 뿐”이라고 꼬집었다.
칼린은 “다음주 문재인 대통령이 워싱턴에 올 때, 두 정상이 김 위원장을 상대하는 각자의 실용적 경험을 활용하고 ‘전부 아니면 전무’ 접근법을 내려놓을 수 있다면, 북한과의 협상에서 견인력을 되찾을 기회가 있다”고 조언했다.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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