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4.04 14:39
수정 : 2019.04.04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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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3일(현지시각) 하원에서 열린 ‘젊은 여성 지도자들의 모임’에서 연설하고 있다. 오타와/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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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건설사 뇌물사건 수사에 외압”
문제 제기 뒤 사임한 여성 장관 2명
트뤼도 이끄는 자유당이 출당 조처
젊은 여성 유권자 50명 항의 뜻으로
트뤼도 연설 시작하자 등돌리고 앉아
10월 총선 지지율에 미칠 영향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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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3일(현지시각) 하원에서 열린 ‘젊은 여성 지도자들의 모임’에서 연설하고 있다. 오타와/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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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진정한 페미니스트가 아니다!”
3일 캐나다 하원에서 열린 ‘젊은 여성 지도자들의 모임.’ 쥐스탱 트뤼도(48) 총리가 연설을 시작하자 젊은 여성 유권자들을 대표해 참석한 청중 300여명 가운데 50여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트뤼도 총리를 등지고 돌아앉았다. 트뤼도 총리가 이끄는 자유당이 조디 윌슨레이볼드 전 법무장관과 제인 필포트 전 재정위원장을 출당 조처한 데 대한 항의 표시였다고 현지 일간 <글로브 앤 메일>이 보도했다.
트뤼도 총리는 전날 자유당 의원총회를 긴급 소집해 레이볼드 전 장관과 필포트 전 재정위원장에 대한 출당을 결정했다. ‘당과 내각의 신뢰를 붕괴시켰다’는 게 이유다. 당 고위 간부 등과의 논의를 거쳤지만, 투표 등의 절차는 생략됐다. 두 사람은 ‘트뤼도 총리가 뇌물 제공 혐의로 수사를 받는 퀘벡의 대형 건설사 에스엔시(SNC)-라발린을 기소하지 말라는 압력을 가했다’고 폭로하며 지난달 잇따라 사임했다. 트뤼도 총리는 ‘젊은 여성 지도자들의 모임’ 질의·응답 시간에 “정부와 생각이 다를 순 있지만, (나를) 신뢰하지 않는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는 없다”며 두 사람을 출당시킨 이유를 설명했다.
여성인 윌슨레이볼드 전 장관과 필포트 전 위원장은 ‘페미니즘 총리’를 자처해온 트뤼도 내각의 상징과도 같던 인물이다. 트뤼도 총리가 이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태도에 실망해 강력한 지지 기반이었던 여성들이 흔들리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전했다. 캐나다 여론조사 전문가 닉 나노스는 이 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트뤼도 총리는 한때 여성들한테 (다른 이들보다) 10~20%포인트 높은 지지를 받았지만 (이 사건 이후) 격차가 5% 수준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 이 사건이 미칠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발표된 나노스 리서치의 설문조사에서 트뤼도 총리의 자유당(34.6%)은 야당인 보수당(35.1%)에 근소하게 뒤졌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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