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03.25 21:20 수정 : 2019.03.25 21:2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공모 사실을 밝혀내지 못했다’는 특검 수사 결과가 공개된 24일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흡족한 표정으로 기자들과 얘기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특검 “트럼프 캠프, 러시아와 공모·협력 밝혀지지 않아”
사법방해 혐의 판단은 유보했지만 기소 가능성 없는듯
소환장 2800개·증인 500명 조사 결과 트럼프에 ‘날개’
측근들 줄줄이 기소됐지만…트럼프 재선 가도 먹구름 걷혀
민주 “보고서 전문 공개해야”…의회 차원 조사 계속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공모 사실을 밝혀내지 못했다’는 특검 수사 결과가 공개된 24일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흡족한 표정으로 기자들과 얘기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2016년 미국 대선 때 도널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의 공모 의혹을 수사해온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가 “공모 사실을 규명하지 못했다”고 24일(현지시각) 밝혔다. 뮬러 특검은 사법방해 의혹에 대해서는 결론을 유보했다. 2017년 5월 착수 뒤 22개월 만에 나온 수사 결과에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한 무죄 입증”이라며 승리를 선언했고, 이번 결론을 2020년 대선을 향한 날개로 삼아 더욱 공세적으로 재집권 계획을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이날 상원과 하원 법사위원회에 특검이 전달한 수사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제출했다. 바 장관은 4쪽 분량의 요약본에서 “특검팀은 트럼프 캠프 및 이와 관련된 어떤 인사도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와 관련해, 러시아와 연계된 인사들한테서 트럼프 캠프 지원을 위한 여러 제안이 있었음에도 러시아와 공모하거나 협력했다는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뮬러 특검은 보고서에서 “트럼프 캠프 구성원들이 러시아 정부와 공모하거나 협력했다는 점을 규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고 바 장관은 부연했다.

뮬러 특검은 트럼프 대통령이 초기 수사를 지휘한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해임한 것과 관련한 사법방해 의혹에 대해서는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뮬러 특검은 이와 관련해 “대통령이 범죄를 저질렀는지에 대해 결론을 내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가 무죄임을 밝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고 바 장관이 요약본을 통해 전했다. 그러나 바 장관은 “이 보고서는 우리가 판단하기에 사법방해적 행위를 구성하는 어떠한 행동도 찾지 못했다”며 “로드 로즌스타인 부장관과 나는 특검 조사 과정에서 확보된 증거들은 대통령이 사법방해를 저질렀다는 혐의를 확립하기에 불충분하다고 결론 내렸다”고 했다. ‘대통령 탄핵감’으로 꼽혀온 사법방해 의혹과 관련해서도 법무부가 트럼프 대통령을 기소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바 장관은 “특검은 2800개 이상 소환장을 발부하고, 500개 가까운 영장을 집행했으며, 230개 이상의 통신 기록을 확보하고, 약 500명의 증인을 조사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철저히 수사했는데도 트럼프 캠프의 러시아와의 공모 혐의는 사실로 드러나지 않았다고 강조한 셈이다.

뮬러 특검은 트럼프 대통령의 옛 변호사인 마이클 코언, 폴 매너포트 전 선거대책본부장,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34명을 기소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위협했지만 결과는 거기까지였다. 미국 언론들은 “뮬러가 트럼프에게 큰 선물을 건넸다”(시엔엔), “트럼프 대통령 위에 드리웠던 먹구름이 걷혔다”(뉴욕 타임스)고 보도했다.

특검 수사를 마녀사냥이라고 비난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하고 전면적인 무죄 입증”이라며 반겼다. 그는 기자들에게 “오랜 조사 끝에, 너무도 많은 이들이 심하게 상처받은 끝에” 공모는 없었다는 수사 결과가 나왔다며 이렇게 말했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 팀에 위대한 날”이라며 축하했다.

특검은 러시아와의 공모와 함께 양대 수사 대상인 사법방해 혐의에 대해 판단을 유보했지만, 사실상 처벌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코미 전 국장 해임 등에 수사 방해 의도가 있었다고는 볼 수 있다. 하지만 전제 격인 러시아와의 공모를 인정하기 어렵다면 사법방해 또한 문제 삼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허탈해하면서도 ‘끝난 게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뮬러 특검이 결론을 유보한 사법방해 대목을 파고들며 보고서 전체 공개를 주장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공동성명을 내어 “특검 보고서가 대통령의 심각한 사법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라고 결론 내지 않았다는 사실은 지체 없이 전체 보고서를 공개하는 게 얼마나 시급한지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바 장관이 사법방해 의혹에 ‘범죄 불성립’ 결론을 내린 점을 비판하면서 그를 의회에 출석시키겠다고 했다.

수사 결과가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손을 들어주면서 탄핵론은 동력을 잃었다. 대신 민주당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러시아 스캔들’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다른 비리 혐의들에 대해 청문회 등을 통해 공세를 펼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수사를 “실패한 급습 작전”이라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특검 수사 결과를 앞세워 공격을 무력화하고 지지층 결집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