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03.24 20:02 수정 : 2019.03.24 20:0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방문을 위해 백악관을 떠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대북 추가제재 하루 만에
‘더 압박 않겠다’ 북에 유화 메시지

미 재무부 대규모 제재 발표 뒤
트위터에 “철회 지시했다” 제동
경색국면 북·미 협상 ‘깜짝 변수’로

백악관 “트럼프, 김정은 좋아해”
미 행정부, 정책 번복 상황에 혼란
“앞으로 발표할 제재 않겠다는 뜻”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방문을 위해 백악관을 떠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추가 제재 철회’ 트위트가 2차 정상회담 합의 무산 뒤 경색돼가던 북-미 협상 분위기에 ‘깜짝 변수’로 떠올랐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공동사무소)에서의 북한 인력 철수 등 남북 관계로까지 번지고 있는 한반도 정세 악화를 막는 방화벽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트위터에 글을 올려 “북한에 가해진 기존 제재에 더해 대규모 제재가 추가될 것이라고 오늘 재무부가 발표했다”며 “나는 오늘 그러한 추가 제재들의 철회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애초 전날인 21일 재무부가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운 혐의로 중국 해운회사 2곳을 제재 대상에 올린 것을 하루 만에 뒤집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미 정부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트 몇 시간 뒤 “21일 발표된 제재를 취소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 발표하려던 대북 제재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언론에 밝혔다. 미 정부 차원에서 21일에 이어 더 큰 규모의 대북 제재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여기에 제동을 걸었다는 설명이다.

‘추가 대북 제제는 없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트는 표면적으로 지난달 28일 그가 베트남 하노이에서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의 되풀이다. 하지만 최근 악화하는 ‘포스트 하노이’ 정세 속에서 지니는 의미가 작지 않다.

우선 시기 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북-미와 남북 관계 모두 긴장이 고조되는 시점에 나왔다. 하노이 정상회담 뒤 미 행정부에서는 모든 대량파괴무기(WMD) 및 미사일 포기를 제재 해제의 선행조건으로 요구하며 ‘빅딜’을 압박해왔다. 북한은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과의 협상 중단 가능성을 시사하고, 개성 공동사무소 인력을 철수하며 반발했다.

그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7일 북한의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동향과 관련해 “(발사 준비가 사실이라면) 매우 실망할 것”이라고 말한 것을 제외하고 북한에 대해 침묵을 지켰다. 보름 만에 내놓은 그의 첫 대북 언급이 “추가 제재 철회”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더 압박하진 않겠다’며 유화적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24일 “사태 악화를 막는 긴급 조처 성격이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트로 당장 북-미가 협상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겠지만 급한 불을 끄는 게 급선무였다”고 말했다. 정부 소식통도 “미국 내 대북 강경 분위기가 고조되는 것을 트럼프 대통령이 누른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추가 제재를 하지 않겠다’고 재공언함에 따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미 행정부 내 강경파의 운신 폭도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당장 재무부의 추가 대북 제재에 ‘환영’ 트위트를 올린 볼턴 보좌관은 머쓱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트에 관해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좋아하며 이러한 제재들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톱다운’(위에서 아래로) 방식의 대화 틀을 유지할 뜻을 여전히 강력하게 고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관건은 북한이 어떻게 반응할지다. 조성렬 전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이 정도로는 안 된다’며 (대미 반발 조처를) 밀어붙일 수도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명분을 줬기 때문에 시간을 갖고 좀 더 고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의 반응은) 없을 것 같다”며 “북한이 반응한다면 이번 트위트가 아니라 기존에 시행 중인 제재들에 관해서일 것”이라며 북한이 크게 반색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게 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부가 추진하던 정책을 갑자기 번복하면서 큰 혼선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표현이 모호해, 백악관과 행정부 관리들조차 ‘어떤 제재 철회를 가리키는 것인지’ ‘어떤 정책적 의미를 갖는지’를 놓고 혼란스러워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김지은 기자 jaybee@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