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3.06 17:00
수정 : 2019.03.0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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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시민들이 5일 마닐라의 미국대사관 앞에서 미국과 중국 간의 남중국해 갈등에 필리핀이 휘말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마닐라/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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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필리핀 공격받으면 개입” 발언에
필리핀 “미-중 전쟁 휘말리고 싶지 않아”
미국과의 상호방위조약 재검토 요구도
미 폭격기 남중국해 비행에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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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시민들이 5일 마닐라의 미국대사관 앞에서 미국과 중국 간의 남중국해 갈등에 필리핀이 휘말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마닐라/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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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동맹국인 필리핀이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무력 충돌 가능성을 언급하며 미국에 상호방위조약 재검토를 압박하고 나섰다.
<에이피>(AP) 통신은 5일 델핀 로렌자나 필리핀 국방장관이 성명을 통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당사국인 필리핀보다 미국이 중국과 충돌할 가능성이 더 크다며, 이 경우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맺은 필리핀도 실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고 보도했다. 로렌자나 장관은 필리핀이 1990년대에 남중국해 스프래틀리군도 영유권 문제로 중국과 마찰을 빚을 때 미국이 개입하지 않은 사실을 언급하며, 남중국해 상황을 고려해 양국 간 상호방위조약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로렌자나 장관의 성명은 우선 미-중이 충돌한다면 상호방위조약의 자동 개입 조항에 따라 필리핀도 개입해야 하므로 신중을 기할 것을 미국에 주문한 것이다. 동시에, 상호방위조약의 의무를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미국이 확실하게 나설 수 있도록 약속을 받겠다는 취지다. 그는 “미국이 동맹국인 필리핀의 영유권 분쟁에 관해 이중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도 이달 1일 필리핀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에게 상호방위조약 재검토를 요구했다. 이 직후 폼페이오 장관은 “남중국해에서 필리핀이 공격받으면 미국이 방어 태세를 갖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로렌자나 장관이 입장을 발표한 것은 구두 언급을 넘어 상호방위조약 개정을 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식민 종주국과 피식민지 관계였던 미국과 필리핀은 1951년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군사동맹 관계를 유지해왔다. 필리핀은 남중국해를 사이에 두고 중국과 마주보는 데다 태평양전쟁 때 일본한테 점령당한 역사도 있어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려 했다. 미국도 필리핀을 서태평양의 주요 군사 거점으로 삼아왔다.
남중국해는 물류와 군사 요충지로 중국·필리핀·베트남·말레이시아·브루나이·대만의 영유권 주장이 겹치는 곳이 많은 바다다. 미국은 남중국해에 중국이 건설한 인공섬 주변에서 자국 군함을 통과시키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치며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부인하려고 해왔다. 4일에는 미군의 B-52H 전략폭격기가 괌 앤더슨 기지를 출발해 남중국해 주변 상공을 비행했다. 이에 중국군도 전략폭격기 훙-6K를 대만과 가까운 기지에 전진 배치하면서 양국 간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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