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2.15 14:42
수정 : 2019.02.15 21:20
원숭이 액세서리 논란 두 달 만에
흑인이 이끄는 ‘다양성 위원회’ 설치
형식적 사과 넘어 “유색인종 목소리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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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구찌가 출시한 터틀넥 스웨터(왼쪽)와 지난해 말 프라다의 액세서리 열쇠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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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브랜드들의 인종차별 논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프라다가 이러한 대책의 일환으로 ‘다양성 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프라다는 지난해 말 흑인의 얼굴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한 캐릭터 상품을 발표해 ‘흑인 비하’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14일 이탈리아 명품브랜드 프라다가 사내와 패션업계에서 유색인종의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 다양성 위원회를 구성했다고 전했다. 위원회를 이끌 위원장으로는 아프리카 미술 작가 티에스터 게이츠와 ‘미투’ 운동에 앞장섰던 영화감독 에바 두버네이가 위촉됐다.
이번 대책은 프라다가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인지 두 달 만에 발표됐다. 앞서, 지난해 12월 프라다가 검은색 얼굴에 두꺼운 빨간 입술을 가진 원숭이 모양의 550달러(약 62만원)짜리 액세서리 열쇠고리를 출시해 흑인 비하 논란이 일었다. 19세기 초 미국 문학 등에 등장한 흑인 비하 캐리커처를 연상시킨다는 이유였다.
당시 프라다는 “흑인을 비하할 의도가 없었다”며 사과 입장을 밝히고 해당 제품을 전량 회수했다. 하지만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 래퍼 티아이(T.I) 등 유명 인사들이 프라다가 구체적인 재발방지책을 내놓지 않으면 불매운동에 나섰겠다고 맞섰다. 프라다의 위원회 구성 발표는 이러한 여론을 반영하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최근 명품브랜드들의 인종차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달 초 이탈리아 브랜드 구찌가 출시한 스웨터 제품도 흑인 얼굴을 희화화했다는 이유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코까지 덮는 검정 터틀넥 스웨터의 입 주변을 잘라낸 뒤 붉은 입술 모양을 그려 넣은 상품이었다. 논란이 일자 구찌는 사과 입장을 밝히고 해당 상품을 모두 회수했다.
지난 11일엔 팝스타 케이티 페리가 이름을 걸고 출시한 브랜드가 흑인 얼굴을 형상화한 구두를 출시했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았고, 지난해 말엔 중국의 여성 모델이 젓가락을 들고 피자·스파게티 등을 먹는 장면이 담긴 돌체앤가바나 광고가 중국 문화를 비하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일각에서는 명품브랜드 디자이너들이 백인 일색이어서 ‘인권 감수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명품 브랜드가 흑인 디자이너를 고용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여겨졌다. 그래서 프라다 논란 당시 흑인 디자이너 같은 다양한 인종의 디자이너를 고용하라는 요구도 나왔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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