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2.14 17:12
수정 : 2019.02.14 19:55
10년간 1급 정보·방첩 업무 한 모니카 위트
2013년에 이란 망명…이슬람으로 개종
“종교와 신념 선택할 권리 있어”
미 법무부, 기밀 유출 혐의로 기소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13일 이란의 스파이로 활동한 혐의로 전 미군 정보요원을 기소하면서 수배 전단을 공개했다. 미군 군복을 입거나 히잡을 쓴 전단 속 인물은 미국 공군에서 1급 정보를 다루고 기밀이 새어 나가는 것을 막는 방첩 업무를 담당한 모니카 위트(39)다. 그는 1997~2008년 복무한 뒤 2013년 이란으로 망명해 군사 기밀을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공소장과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위트는 텍사스주 엘패소에서 태어났다. 페르시아어와 이슬람 문화 전문가로 1997년부터 공군 정보요원으로 일했다. 주로 중동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거나, 미국 쪽 요원이 외부에 기밀을 빼돌리는 것을 막기 위한 방첩 업무를 했다. 중동의 여러 나라에서 파견 근무도 했다. 공적을 인정받아 많은 포상도 받았다. 2008년 전역 후에는 방위사업체 등과 계약을 맺고 중동 문제를 자문하는 일을 했다. 메릴랜드대에서 학사학위, 조지워싱턴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훌륭한 정보요원 경력을 지닌 위트는 2013년 이란 정보요원과 접촉한 후 이란으로 망명하면서 적국의 간첩으로 돌변했다. 연방수사국은 위트가 망명하기 전 “이란 정보기관에 포섭될 위험이 있다”는 내용의 경고문을 보냈지만, 그가 이를 무시했다고 밝혔다. 위트는 망명 후 이슬람으로 개종했다. 위트는 이란 언론을 통해 “미군에서 수년간 복무했지만, 종교와 신념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이란 방송에 출연해서는 미군 내 성희롱 문제와 미국의 중동 정책을 비난했다.
미국 법무부는 그가 이란 망명 후 옛 동료였던 미국 정보요원들의 개인정보를 이란 혁명수비대 소속 해커들에게 넘겨줬다고 밝혔다. 이메일과 페이스북 계정을 이용해 미국 요원들의 컴퓨터에 스파이웨어를 심어 기밀 정보를 빼내기 위한 목적이다. 연방수사국은 1급 기밀 접근권을 가졌던 위트가 국가 안보에 심각한 피해를 미칠 정보까지 이란에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법무부는 이번에 위트와 함께 이란 혁명수비대 소속 이란인 해커 4명을 기소했다. 재무부는 이를 지원한 이란 기관 2곳과 개인 9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존 데머스 법무부 국가안보국장은 “오늘은 미국 시민들 중 한 명이 조국을 배신한 슬픈 날”이라고 말했다.
위트는 이란 정부에서 집 등을 제공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망명 동기에 물질적 측면만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는 2012년 조지워싱턴대 대학원에 제출한 논문을 통해 미국의 이란에 대한 제재와 중동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미국의 중동 정책에 대한 반감도 망명 동기로 작용했을 개연성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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