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2.13 16:11
수정 : 2019.02.13 20:19
|
12일 해양탐사업체 ‘벌컨’이 남태평양 심해에서 발견한 미 항모 호넷의 잔해. 벌컨 페이스북 갈무리
|
미 해양탐사업체 벌컨, 페이스북에 ‘호넷’ 사진 공개
1942년 ‘둘리틀 공습’ 주역으로, 10월 침몰
미-일 언론 ‘미묘하게 다르지만’ 비상한 관심 보여
탐사업체 “전쟁 희생자 추모의 기회 되길”
|
12일 해양탐사업체 ‘벌컨’이 남태평양 심해에서 발견한 미 항모 호넷의 잔해. 벌컨 페이스북 갈무리
|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1942년 침몰한 미국 항공모함이 76년 만에 남태평양 심해에서 발견됐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공동 창업자인 폴 앨런(1953~2018)이 2012년 설립한 해양탐사업체 벌컨은 12일, 1942년 10월26일 솔로몬제도 산타크루즈섬에서 일본 해군의 공격에 크게 파손된 뒤 침몰한 항공모함 호넷(CV-8)을 남태평양의 5400m 심해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벌컨이 페이스북으로 공개한 12장의 사진을 보면, 폐허가 된 함선의 모습, 해저에 거꾸로 처박힌 함재기, 정면을 향해 곧게 서 있는 함포 등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벌컨은 이날 탐사를 위해 두 대의 로봇 잠수선을 심해로 내려보냈다. 앞서 벌컨은 2015년 3월 옛 일본 해군의 자존심이라 불렸던 전함 야마토의 쌍둥이함인 무사시를 필리핀 해저에서 찾아냈다.
|
12일 해양탐사업체 ‘벌컨’이 남태평양 심해에서 발견한 미 항모의 함포의 모습. 벌컨 페이스북 갈무리
|
호넷의 발견 소식에 태평양전쟁 교전국인 미국과 일본 언론들은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미국 <시엔엔>(CNN)은 “호넷은 1942년 4월 도쿄와 그밖의 일본 지역을 향한 ‘둘리틀 공습’에 참여했다. (이 공습은) 진주만 공격 이후 불과 넉달 만에 도쿄가 미국의 공습에 노출돼 있다는 사실을 알려줬다”고 지적했다. 미국 육군 중령 제임스 둘리틀이 B-25 폭격기 16기를 이끌고 감행한 이 공습의 피해는 크지 않았지만 수도 도쿄와 그 주변이 적의 공격에 노출돼 있음을 알려줬다. 일본 군부는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호넷은 옛 일본군이 침몰시킨 미국의 마지막 정규 항모”라는 감상을 전했다.
|
현역 시절 호넷의 모습. 위키피디아커먼스
|
호넷은 일본 함대의 진주만 공습이 이뤄지기 직전인 1941년 10월 완성됐다. 이후 태평양전쟁의 전세를 뒤집은 결정적 전투인 1942년 6월 미드웨이 해전에 참가한 뒤 솔로몬제도 공방전에서 일본 제로센의 집중 공격을 받아 크게 파손됐다. 미국 구축함 노샘프턴은 전투가 끝난 뒤 이동불능 상태에 빠진 호넷에 어뢰를 쏴 바다에 가라앉혔다. 전투 당시 호넷의 승무원은 2200명이었고, 이날 전투로 140명이 숨졌다.
벌컨에서 이번 탐사를 주도 한 로버트 크래프트는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병사들을 추모하는 동시에 역사를 보존하고,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밝혀 사람들이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