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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2.11 17:13 수정 : 2019.02.11 20:46

꿀벌이 꽃에서 꿀을 빨면서 온 몸에 꽃가루를 잔뜩 묻히고 있는 모습. 위키미디어 코먼스

시드니대 연구팀 “곤충 종 41%가 개체수 줄어”
“최근 30년새 매년 2.5% 감소세 너무 빨라 충격”
과학계 “생태계 붕괴 우려…여섯번째 대멸종 시작”
“집약농·도시화·기후변화 탓…식량생산 방식 바꿔야”

꿀벌이 꽃에서 꿀을 빨면서 온 몸에 꽃가루를 잔뜩 묻히고 있는 모습. 위키미디어 코먼스
지구상에 곤충이 사라지고 있다. 곤충을 사랑하는 아이들에겐 슬픈 소식, 벌레를 혐오하는 이들에겐 반가운 뉴스일 수 있다. 그런데 곤충 멸종의 실태가 개인적 호오를 넘어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지경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10일 영국 <가디언>은 올해로 창간 51돌을 맞는 국제 과학저널 <생물 보존>의 최신 논문을 인용해, “세계의 곤충들 상당 종이 급속하게 멸종하고 있다”며 “지금 추세라면 한 세기 안에 지구에서 곤충이 완전히 사라지고, 여섯 번째의 ‘대멸종’ 사태가 올 수 있다”고 보도했다. ‘대멸종’은 생물 종의 절멸이 일부 종을 넘어 촘촘한 먹이사슬로 짜인 생태계 전반에 걸쳐 일어나면서 전체 생물 종의 75% 이상이 사라지는 사태를 뜻한다. 지금까지 지구에선 생명이 탄생한 이래 5차례의 대멸종이 있었다.

곤충은 지구상의 다른 어떤 생명체보다 다양하며, 개체 수도 인류(76억명)의 17배에 이를만큼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대학 연구팀이 <생물 보존>에 실은 조사 논문을 보면, 현재 지구상 곤충 종의 41%가 급속한 개체 수 감소를 겪고 있으며, 3분의 1은 멸종위기종이다. 지난 10년새에만 날도래의 종 68%에서 개체 수가 줄었으며, 나비는 53%, 딱정벌레는 49%, 벌은 46%의 종에서 개체 수가 급감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대학 연구팀의 논문을 보면, 현재 지구상 곤충 종의 41%가 급속한 개체 수 감소를 겪고 있으며, 3분의 1은 멸종위기종이다. 지난 10년새에만 날도래의 종 68%에서 개체 수가 줄었으며, 나비는 53%, 딱정벌레는 49%, 벌은 46%의 종에서 개체 수가 급감했다. 전체 곤충의 개체수는 매년 2.5%씩 줄고 있는데, 이는 포유류, 조류, 파충류 개체 감소보다 8배나 빠른 속도다.

이번 논문은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전세계 생물학 연구팀의 조사보고서 73개를 종합해 분석한 최초의 글로벌 실태 조사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연구팀을 이끈 프란치스코 산체스바요 교수는 “(이런 추세라면) 향후 10년 안에 곤충의 4분의1, 50년 안에 절반이 사라지고, 100년 뒤엔 한 마리도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곤충의 멸종이 20세기 초에 시작돼 1950~60년대에 가속화했으며, 최근 20년새 우려되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곤충 종들의 멸종을 막지 못한다면 지구의 생태계 뿐 아니라 인류의 생존에도 재앙적인 결과가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모나크나비 한 마리가 꽃에 앉아 있다. 최근 10년새에만 전세계 나비 종의 53%에서 개체 수가 줄었다. 픽사 베이
곤충 멸종은 당장 조류와 파충류, 양서류 등 곤충 포식 동물들의 생존에 치명적이다. 산체스바요 교수는 “이런 동물들은 먹이 자원이 사라진다면 모두 굶어 죽을 것”이라며 “우리 연구팀은 정말로 사람들을 일깨우고 싶다”고 말했다. 곤충 절멸로 생태계 전반의 먹이사슬이 끊어지면 최상위 포식자인 인류의 생존에도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곤충이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는 주요 원인은 집약농업, 도시화, 기후변화 등이 꼽힌다. 산체스바요 교수는 “농업의 집약화로 경작지 주변을 감싸고 있던 나무와 관목이 사라지고 합성비료와 살충제가 남용되는 황량한 들판만 남는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도시화와 기후변화도 곤충의 주요 서식지인 삼림을 황폐화한다. 과학계에선 이미 대형포유류의 급속한 멸종으로 지구 생태계에 여섯번째 대멸종이 진행 중이라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영국 서섹스대학의 데이브 굴슨 교수는 “곤충은 모든 먹이그물의 중심에 있으면서 대다수 식물 종의 수분(꽃가루받이), 토양 건강의 유지, 영양소 순환, 해충 포식에 기여한다”며 “곤충의 절멸은 우리 모두에게 엄청난 걱정거리”라고 말했다. 산체스바요 교수는 “유기농 농장에는 곤충이 풍부하며 가끔씩만 살충제를 쓰는 경우에도 곤충 개체수가 급감하진 않았다”며 현재의 산업화된 식량 생산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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