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2.06 10:36
수정 : 2019.02.06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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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새롭게 개발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한 지상 발사 중거리미사일의 원형인 해상 발사 칼리브르 미사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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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지상발사 신형 중거리미사일 개발 발표
미국이 탈퇴 선언한 INF에서 금지된 미사일
INF 파기로 우려되던 군비 경쟁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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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새롭게 개발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한 지상 발사 중거리미사일의 원형인 해상 발사 칼리브르 미사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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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탈퇴 방침을 공식화한 직후 우려되던 핵군비 경쟁이 현실화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5일 중거리핵전력 조약이 금지하는 지상 발사 미사일 시스템을 새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고 러시아 언론들이 전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2년 안에 새 미사일 시스템을 개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중거리핵전력조약은 해상 및 공중 발사 미사일은 허용하지만, 정확도가 높고 설치가 쉬운 사거리 500~5500㎞의 지상 발사 미사일은 금지하고 있다.
쇼이구 장관은 “미국은 중거리핵전력조약의 제한 대상인 500㎞ 이상의 사거리를 가진 지상 발사 미사일을 만드는 데 적극적”이라며, 미국이 이미 조약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 대통령은 국방부에 상응 조처를 취하라는 임무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개발을 명령한 새 지상 발사 미사일은 배치를 완료한 해상 발사 칼리브르 미사일의 지상용 버전이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의 방어망을 무력화하는 초음속 미사일도 개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1일 미국 행정부는 조약에 따라 6개월간의 통고 기간을 거쳐 조약을 탈퇴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러시아가 이를 준수하지 않는 데다, 조약에 가입하지 않은 중국 등의 위협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국정연설에서 “중국 등 다른 나라들을 포괄하는 다른 협정을 논의할 수도 있다. 그러지 못한다면 우리는 (미사일 개발·배치에서) 어떤 나라보다도 훨씬 돈을 많이 쓰면서 혁신에서도 앞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핵미사일 경쟁을 할 테면 해보자’는 투다. 미국은 새로운 미사일 연구·개발을 위한 자금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가 9M729나 SSC-8 등 지상 발사 크루즈 미사일을 배치해 이미 조약을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비비시>(BBC)는 이 조약이 금지하는 분야의 무기 개발에서 앞서는 러시아가 이미 이런 미사일 100기 정도를 배치한 것으로 전문가들이 추정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신형 미사일들은 조약이 금지하는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양국의 중거리핵전력조약 무력화로 인한 군비 경쟁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그동안 군축 조약의 제약을 받지 않고 군비를 확장해온 중국이 있는 데다, 미·러가 중국을 의식해 이 지역에서 군비를 강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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